[OSEN=박종규 객원기자] 팀의 92경기 중 50경기 등판, 70⅔이닝 투구. 팀 승리를 숱하게 지켜낸 정찬헌에게 시즌 6승째가 주어졌다. LG의 ‘에너자이저’ 정찬헌(19)이 오랜만에 승수를 챙겼다. 지난 29일 잠실 삼성전에서 양 팀이 5-5로 맞서던 5회 2사 후에 등판, 8회 2사까지 3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LG가 6회에 결승점을 낸 덕분에 정찬헌에게 구원승이 돌아간 것이다. 정찬헌이 승리를 따낸 것은 지난달 18일 대전 한화전(3⅔이닝 무실점) 이후 41일만이었다. 그 사이 14경기에 등판해 19⅓이닝을 던져 4패 4홀드 2세이브를 올린 정찬헌에게 홀드나 세이브 보다는 승리가 목말랐을 터. 흘린 땀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 올시즌 정찬헌에게 ‘휴식’ 이란 생소한 단어로 다가온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롱 릴리프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은 경기 후반에는 필승 계투조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광주 KIA전 등판 뒤 올스타 브레이크를 포함해 6일을 쉰 것은 올시즌 가장 긴 휴식이었다. 물론 과부하 문제 등으로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절대 안정’을 취한 것은 예외였다. 그런데 너무 길었던 휴식이 정찬헌에게는 어색했던 것일까. 정찬헌은 “컨디션이 안 좋았다. 5~6일을 쉬었는데 오히려 구위가 무뎌진 것 같다. 사실 경기가 없을 때 쉬는 것 보다는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마운드에 처음 올랐을 때는 급하게 생각했다. 공이 높게 제구됐고,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많았다” 라는 자신의 말처럼 정찬헌은 상대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다행히 좌익수 박용택과 3루수 정성훈이 각각 어려운 타구를 2개씩 잡아준 덕분에 호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에 정찬헌은 “용택이형과 성훈이형, (박)경수형이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다” 며 감사를 표시했다. 전날(28일) 극적인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LG는 이날도 6-5의 신승을 거뒀다. 선발 김광수가 4⅓이닝 5실점으로 물러난 뒤, 류택현-정찬헌-이재영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가 승리를 지켜낸 결과였다. 그 중심에서 튼튼한 다리역할을 한 정찬헌이었다. 올시즌 LG는 조금이라도 승리의 기미가 보이면 지체 없이 정찬헌을 찾는다. “내가 경기에 안 나가도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라고 밝힌 정찬헌의 바람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