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속안타 행진이 이어진다고 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타격과 수비로 팀 승리를 이끈 SK 포수 정상호(27)가 연속안타 행진을 16경기로 늘린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정상호는 지난 29일 후반기 두 번째 경기였던 목동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 투런아치를 그려냈다. 이는 팀의 6-4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이었을 뿐 아니라 지난 19일 문학 롯데전에서 이대호와 충돌, 목뼈를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던 부상 우려를 말끔하게 털어낸 대포이기도 했다. SK는 전날 3위로 떨어진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밝힌 정상호는 "어제(28일) 경기 전에 (박)재상이가 연속안타 행진이 계속 이어진다고 말해주더라. 타격감도 좋은 편이지만 그 말이 타석에서 더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상호는 이대호와 부딪혀 목 염좌 2주 진단을 받은 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연속안타 행진이 끊어졌던 것이다. 혹시 볼넷을 골라냈으니까 이어지지 않을까"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8일 문학 LG전에서 3안타를 치며 시작됐던 연속안타가 14경기에서 멈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상호는 19일 당시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교체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연속경기 안타 규정에 의거해 정상호의 바람은 실현됐다. 연속기록 규정에 따르면 연속경기 안타의 기록은 모든 타석이 4사구(四死球), 타격방해 또는 주루방해 및 희생번트에 의하여 중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가 없고 희생플라이만 있으면 그 기록은 중단된다. 선수의 개인연속경기 안타는 팀의 경기수에 의하지 않고 선수가 출장한 경기에 따라 결정한다. 물론 LG 박종호가 2년에 걸쳐 세웠던 39경기 연속경기 안타 기록에는 반도 미치지 못한다. 박종호는 현대시절이던 지난 2003년 8월 29일 수원 두산전부터 삼성으로 이적한 2004년 대구 LG전까지 쉬지 않고 안타를 때려내 1999년 롯데 박정태의 31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깨뜨렸다. 정상호는 "연속경기 안타 기록을 깨겠다는 하는 거창한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타격감도 좋은 편이고 매 경기 안타를 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연속경기 안타가 플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정상호는 부상에 대해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다 완쾌됐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정말 유전자를 한 번 분석해봐야 된다"고 짖궂게 놀리지만 정작 본인은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담담하게 웃어넘기고 있다. 2001년 프로 데뷔 후 9년만에 주전을 꿰찬 안방마님다운 면모가 조금씩 풍겨나오고 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