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한 야구관계자는 지난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 SK 양팀 선수들이 벌인 벤치 클리어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후반기 첫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 나선 두 팀은 7회 경기 도중 전 선수가 마운드에 만나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연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5회까지 7-7로 균형을 맞추던 경기가 6회 대거 5득점한 SK로 분위기가 급격하게 넘어간 뒤 7회초 사단이 벌어졌다. 히어로즈 투수 송신영이 나주환의 팔꿈치를 공으로 맞혔기 때문이다. 순간 나주환은 발끈하며 마운드로 향했고 이에 송신영도 물러서지 않은 채 마운드에서 내려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앞선 히어로즈 수비 때였던 6회 송신영이 볼카운트 0-3에서 박재상의 엉덩이를 맞혔고 이은 SK 수비 때는 투수 고효준이 황재균의 왼쪽 허벅지를 맞히며 양팀 분위기는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결국 주의를 받았던 송신영이 퇴장 명령을 받았고 이에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의 격렬한 어필까지 나왔다. 이는 후반기 4강 쟁탈전이 얼마나 치열한 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우선 무승부가 패전으로 기록되면서 선수들로서는 마음의 여유가 사실상 없어졌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주전들의 부상 속에 몸쪽 공은 예민하게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날 경기를 포함해 양팀의 앞선 두 경기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을 펼쳤다. 1승 1패로 승부를 나눠가져 관중들로서는 더 없이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하지만 4강 싸움에 돌입해 있는 선수들로서는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3연전이었다. 4강권 밖에 있는 히어로즈 선수들로서는 어떻게든 후반기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특히 SK의 경우는 선수들이 꾸준한 긴장감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1군과 2군 코칭스태프까지 교체했다. 선두팀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치지만 "항상 위기가 닥치기 전에 모든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김성근 감독의 믿음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이를 통해 선수단의 긴장감은 더욱 날카로워지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지난 두 시즌 동안 내내 거의 쉬지 않았던 특타가 올해도 이어지며 선수들은 연일 힘든 표정이었다. 긴장과 피곤으로 신경이 바짝 날 서 있는 상태였다. 이는 가뜩이나 '몸쪽 공'에 의해 왜곡되고 손상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SK 선수들의 폭발의 동력이 됐다. 그동안 상대 투수들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수없이 맞으면서도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던 선수들이 점점 높아지는 기온과 더불어 거듭된 스트레스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SK 투수들은 몸쪽 승부를 꺼리기 시작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상대 타자들은 이를 신경전으로도 십분 발휘했다. 종종 SK와의 홈경기에서는 관중들의 흥분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 후 "어지러운 경기를 했다. 상대 투수가 좋든 나쁘든 안뒤집히고 승리를 지켜내 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시진 감독은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김시진-김성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