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지승민, "만감이 교차하더라"
OSEN 기자
발행 2009.07.31 10: 47

"올해 첫 등판, 그날이 생각났어요".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그에게는 분명 뜻깊은 이틀이었다. 지난 17일 포수 채상병(30)과의 1-1 맞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 새 둥지를 튼 좌완 지승민(31)이 순박한 웃음으로 이적 후 첫 등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지승민은 지난 29일과 30일, 대전 구장서 벌어진 한화와의 2경기에 좌타자 전문 원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올라 도합 1이닝 동안(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30일에는 2-1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오른손 대타 이여상(26)을 삼진으로 일축하며 이적 후 첫 홀드를 기록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으나 제구력이 바탕된 그의 공은 분명 공략이 쉽지 않았다. 지승민의 올 시즌 총 성적은 22경기 3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66(30일 현재). 김경문 감독 또한 지승민에 관한 질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것 같다"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시즌 초 중요한 포인트서 밑고 맡길 좌완을 찾기 힘들어 골머리를 앓았던 김 감독은 지승민의 현재 기량과 가능성을 확인한 데 대한 만족감을 조심스레 표했다. 선수 본인의 느낌은 어땠을까. 30일 경기 전 만난 지승민에게 묻자 그는 "올 시즌 첫 경기가 생각났다"라고 밝혔다. 지승민의 올 시즌 첫 등판은 지난 4월 17일 대구 두산 전(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공익 근무도 하고 신고 선수도 되면서 3년 동안 1군 출장이 없었잖아요. 신고 선수였을 때 '꼭 1군에 오르겠다'라며 연습에 열중한 결과가 찾아와 가슴이 뿌듯했던, 그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화가 데뷔 팀이었던 이유까지 겹치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짧은 이야기였으나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 한 마디였다. 2001년 기대를 모으며 한화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으나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지승민은 2003년 삼성 이적 후 이듬해 제 기량을 꽃피우는 듯 했으나 불의의 병역 파동으로 야구계를 떠난 뒤 2007년에는 교통사고로 다시 그라운드 복귀를 미뤄야 했다. 성실함과 오기를 바탕으로 2009년 드디어 1군 무대를 밟았던, 그러나 급성 간염으로 인해 다시 휴지기와 이적 수순을 차례로 밟았던 지승민이다. 여러 개의 장애물을 뛰어넘은 끝에 복귀한 1군 무대였기 때문에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승민의 가세로 두산은 제구력이 좋은 신인 좌완 유희관(23)에 선발-롱릴리프 활용이 가능한 금민철(23)을 앞으로 더욱 유연하게 기용할 수 있다. 현재 1군 선수단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유희관과 금민철은 조만간 1군 재등록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팀 내 경쟁을 통한 전력 상승을 노리는 지도자다. 자신이 가진 기량을 최근 2경기서 펼쳐 보이며 가능성을 비춘 지승민이 반달곰 계투진의 '희망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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