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2009년 여름, 국내 아이돌 그룹의 양대 축은 동방신기와 빅뱅으로 나뉜다. 2004년 활동을 시작한 동방신기가 형이라면 2007년 '거짓말'의 대성공으로 톱에 오른 빅뱅은 아우뻘이다. 이같은 아이돌 쌍끌이 구조가 지금 깨질 위기에 처했다. 동방신기는 지난달 31일 멤버 가운데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3명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내분 상태에 들어갔다. SM측이 '동방신기 활동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상황은 미지수다. 대한민국 아이돌 세상은 속어를 빌리자면 '빠'와 '까'의 두 종류로 나뉜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을 열렬히 추종하는 팬들인 '빠'와 극단적인 적개심으로 이들을 공격하는 안티팬들이 바로 '까'다. '빠'와 '까'는 언제건 서로 뒤바뀔수 있는 상호 관계를 갖고 있다. 동방신기의 '빠'는 빅뱅의 '까'가 되고, 빅뱅의 '빠'는 동방신기의 '까'가 되는 구조다. 자신의 아이돌이 1등이어야된다는 우리네 팬덤 문화가 빚어낸 아이러니다. 열성 팬과 안티 팬들의 견제 심리 때문인지, 1980년대 조용필의 1인 천하 등과 달리 한 아이돌 그룹이 장기적으로 독주 체제를 구축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990년대 후반 HOT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당시에도 상대편에는 젝스키스가 건재했던 것도 단 하나 만의 아이돌에 올인하지 않는 팬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동방신기의 내분이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이같은 아이돌의 오랜 황금 분할 전통은 깨질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꽃미남 귀공자 컨셉의 동방신기에 맞서 개성파 힙합 보이로 돌풍을 일으켰던 빅뱅이 아이돌 천하통일의 반사이익을 거두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빅뱅 입장에서도 달가울 게 별로 없는 어부지리다. 동방신기가 사라진다고 해서 동방신기 팬들이 하루아침에 빅뱅을 사모할리도 없고, 막강한 라이벌의 부재는 오히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아이돌 그룹은 전혀 다른 컨셉과 스타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대체제로 작용하기 힘든 관계다. 오히려 동방신기의 해체는 아시아 시장에 구축된 한국 가요 수요를 줄이고 팬덤 문화를 식게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제 막 일본 무대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빅뱅에게도 그다지 반길 일이 아닌 것이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의 표현을 빌자면 '빅뱅의 일본 진출은 한국 톱가수의 일본 시장 진출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한류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을 수 있을 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고 했던 상승 효과의 기운이 반감될 처지다. 동방신기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담금질 삼아 더 강하고 단단한 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OSEN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