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타' 홍성흔, "김경문 감독의 눈이 옳았다"
OSEN 기자
발행 2009.08.04 18: 16

"그 때는 원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썰미가 대단하신 듯 하다". 타율 1위(3할7푼1리, 3일 현재)를 달리며 FA(프리에이전트) 이적 성공기를 쓰고 있는 홍성흔(32. 롯데 자이언츠)이 전 소속팀 감독이자 스승인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눈썰미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11월 27일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은 시즌 초 다소 부진하기는 했으나 이내 정확한 타격을 선보이며 3할7푼1리 9홈런 45타점을 올리며 파괴력을 보태고 있다. 특히 그의 상승세는 전반기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선두권을 향해 다가 선 롯데의 순위 궤적과도 맥을 같이 해 더욱 뜻깊다. 4일 마산 구장서 친정팀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최근 컨디션에 대해 묻자 "사실 왼 무릎 뒤쪽이 조금 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수비 훈련 때는 코칭스태프가 날 부르지 않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통증을 안고도 긍정적 사고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그의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때마침 홍성흔의 반대 급부, FA 보상 선수로 두산에 이적한 이원석(23)이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자 홍성흔은 "이 녀석이 4월 말~5월 사직 3연전서 홈런을 3개나 때리는 바람에 욕 많이 먹었다"라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당시 홍성흔은 컨디션 부조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관중석에서 '먹튀', '먹튀' 소리가 나오는 데 죽겠더라. 지난해까지 통산 3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3경기서 3홈런을 때려내니. 아주 난 죽는 줄 알았다".(웃음) 뒤이어 그는 김 감독의 통찰력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1999년 두산서 데뷔하며 김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22번을 물려받아 신인왕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던 홍성흔은 "한때는 많이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김 감독님이 내 장기를 살리려 그 같은 지시를 내렸나보다"라며 잠시나마 깊은 눈빛을 보였다. 2007시즌 후 홍성흔은 포수 포지션 유지와 타 포지션 전향을 놓고 김 감독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 연이은 잔부상을 겪다가 송구 시 힘이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개인 면담을 통해 홍성흔에게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길 지시했고 홍성흔은 그에 반대했던 것. 결국 트레이드를 요구한 홍성흔은 전지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수모 속에 2008시즌을 준비했다. 포수로 자주 출장하지는 못했으나 홍성흔은 지난해 3할3푼1리 8홈런 63타점의 호성적으로 부활을 증명했고 FA 이적이라는, 자주 겪기 힘든 기회를 잡았다. "그때는 많이 섭섭했고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김 감독님의 눈썰미가 대단한 것 같았다. 포수 자리에 미련을 갖던 나의 타격 장기를 더 살리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뒤이어 홍성흔은 "올 시즌 외부에서 두산을 지켜보면서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선수 발굴을 통해 전력 내부 보강에 성공한 김 감독의 선수 보는 눈에 대해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farinelli@osen.co.kr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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