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김광현 이름, 이미 머리 속에서 지웠다"
OSEN 기자
발행 2009.08.04 18: 33

"미안한 얘기지만 이미 김광현은 내 머리 속에 없다". 김성근(67) SK 감독이 에이스를 잃은 최악의 난관 속에서도 냉정함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에이스 김광현(21)의 부상 후 전화를 받지 않은 데 대해 "지옥에 갔다왔다"고 뼈 있는 농담으로 기자들을 맞이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때는 김광현을 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보면 어렵지 않겠냐"고 말한 후 해법을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이 어디있나. 점수를 많이 빼야지"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김광현이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서도 5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에 로테이션이 어디있나. 내일 경기가 없다 생각하고 잡아야 하는 경기라면 선발 투수라도 투입하겠다"라며 비장함을 드러낸 뒤 "10승 투수 2명(채병룡, 김광현)에 포수 1명(박경완)이 빠졌다. 이진영, 이영욱 등이 없어졌고 보강이 안됐으니 지난 2년과 비교할 수 없다. 이제야말로 생각대로 야구를 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또 김광현의 갑작스런 전력 이탈에 대해 "시즌 초반이었다면 다시 싸울 수 없었을 것이다"면서 "김광현이 21승 중 12승을 거뒀다. 승률로 보면 약 6할(.571)이다. 후반기에 5경기 나온다고 하면 3승인데. 3승 정도 버린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광현의 부상이 오히려 팀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그동안 잘해줬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감독으로서는 빨리 잊고 팀을 건사해야 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채병룡, 김광현, 박경완 3명은 이미 내 머리 속에서 지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도 그들 3명의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달라.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야구를 할 수는 없다"며 "선수들이 작전 하나만 잘해도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80승으로 노리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김광현의 3승을 빼면 77승 아닌가"라며 시즌 목표를 하향조정했다고 말한 김 감독은 "3년 연속 1위가 쉽지 않겠지만 떨치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나. 선수들도 아프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아파도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해야 한다. 최정을 2군으로 내려보낸 것도 그런 맥락이다"라고 말해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여전히 1위에 대한 목표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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