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부진' 브룸바를 향한 히어로즈의 믿음
OSEN 기자
발행 2009.08.05 17: 25

[OSEN=박종규 객원기자] 부진에 빠진 브룸바, 그래도 그는 여전히 히어로즈의 4번 타자라는 신뢰를 잃지 않았다. 5일 현재 홈런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타자는 클리프 브룸바(35)이다. 지난 6월 11일 목동 KIA전에서 17호째를 날려 선두를 탈환한 이후 2개월 가까이 지켜오고 있다. 24홈런으로 22홈런의 로베르토 페타지니(38, LG)에 여전히 앞서있다. 이 정도면 ‘독주’ 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7월부터 브룸바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페타지니 역시 페이스가 떨어진 데다 손가락과 발등 부상이 겹쳐 결장이 불가피하다. 브룸바는 6월까지 무서운 기세로 방망이를 돌렸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며 최고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3년 이승엽 이후 6년 만에 40홈런 달성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7월 한 달 동안 브룸바는 2할7리의 타율에 1홈런 10타점으로 주춤했다. 유일한 1홈런은 25일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달 22일 목동 삼성전에서 추가한 것이다. 이후로는 홈런포를 쏘아 올리지 못했다. 페타지니의 부진 덕분에 홈런 1위는 지키고 있지만, 타점 부문에서는 4위(73타점)로 밀려났다. 최근에는 안타를 기록하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의 타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배트 중심에 맞아 힘이 실리기보다는 빗맞은 타구가 많다. 3번 타자로 나서는 이택근은 브룸바의 부진 때문에 부담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시진 감독은 “브룸바는 타격감을 잡으면 2할대 후반이나 3할 언저리를 기록할 타자다” 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중심을 잡아줄 타자는 브룸바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브룸바가 부진하다고 해서 4번 타자를 바꿀 생각은 없다. 아파서 결장한다면 몰라도 타순에 변화를 주면 안 된다” 고 밝힌 김 감독은 “브룸바가 4번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앞뒤가 다 무너진다” 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상하위 타선에 대해서 “상위 타선이 흔들리면 하위 타선도 영향을 받는다. 6~9번이 쉬어가는 타순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고정적인 타순이 필요하다” 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덕 클락-황재균-이택근-브룸바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꾸준히 내세우는 이유다. 브룸바의 부진에 대해서는 “타격감이 떨어져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2군으로 보낸다면 퇴출 수순인 셈이다. 그래서 결정이 쉽지 않다” 는 견해를 드러낸 뒤 “다른 팀들도 4번 타자가 부진하다고 해서 바꾸는 경우는 없다” 고 덧붙였다. 이명수 타격코치도 조급한 마음 없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타격 밸런스가 떨어졌다” 는 사실을 인정한 이 코치는 “상체가 빨리 열려서 유인구에 방망이가 쫓아나간다. 그래서 바깥쪽 공을 치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해결책에 대해서는 “경기 비디오를 보고 조금씩 수정해나갈 계획이다. 자세가 안 좋아도 좋다고 해야 스스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는 생각을 내비쳤다. 브룸바는 지난해 13홈런 61타점으로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히어로즈는 브룸바를 믿고 올시즌 재계약한 바 있다. 최근 모히칸 스타일로 머리를 밀어 부활 의지를 드러낸 브룸바. 히어로즈의 믿음에 보답해 다시 홈런포 행진을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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