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안아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프로 2년차 SK 모창민(24)의 머리 속에는 끝내기포에 대한 기쁨보다 김성근(67) 감독의 포옹이 더 남아있었다. 모창민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4시간 44분에 걸친 혈투에 마침표를 찍는 중월 끝내기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8-8로 팽팽하던 연장 11회말 2사 3루에서 히어로즈 좌완 강윤구의 직구를 통타, 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것이다. 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듯 모창민은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2루를 돌다 잠시 꿇어앉아 기도를 올린 모창민은 곧바로 홈플레이트에 몰려있던 동료들의 축하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정신 없는 가운데 김성근 감독의 품에 안겼다. 1초도 되지 않는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창민은 경기 후 "끝내기 홈런을 쳐서 기쁘긴 했지만 들어오면서 저를 안아주셔서 깜짝 놀랐다. 처음이었다"며 "감독님께서 '나이스배팅'이라고 한 마디 해주셨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선발 출장보다는 대주자 등 경기 중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모창민이었다. 지난해 루키시절 내야 포지션을 두루 거쳤던 모창민은 올해 외야까지 진출했다. 2차 1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2군을 들락거렸다. 그러나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하게 모든 훈련을 다 소화해냈다. 그만한 체력이 있었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신념이 뚜렷했다. 게다가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겸손함까지 갖췄다. "그동안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모창민은 "그렇지만 2군에 내려갔다 오면서 그런 부담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며 "믿어주시면 언젠가 보답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모창민은 끝내기 홈런 상황에 대해 "앞에 재상이형 타석 때 보니 강윤구가 힘이 있어서 그랬는지 직구로만 승부를 하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직구 하나만 노리고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 타석에서 이호준 선배님이 '끝내라'고 하셨는데 못끝냈다. 그래도 그 말을 지켜 다행이다"고 웃은 모창민. 좋지 않은 상태의 SK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하는 끝내기포를 터뜨렸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포옹을 받기에 충분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