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투 교체 타이밍이 늦고 계투들이 몸을 푸는 시간대도 상대적으로 늦다. 선발 투수를 믿는다는 뜻이겠지만 국내 지도자들과는 차이가 확실하다". 한 야구인이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투수 운용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뱉은 말이다. 선발 투수가 무너져 내리는 포인트를 일찍 잡아내지 못하고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지난 5일 마산 구장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는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현재 팀 내 유일무이한 좌완 계투 요원 강영식(28)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부여했다. 강영식은 삼성 시절이던 2003년 8월 10일 대구 LG전 이후 첫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장원준(24)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서 제외되면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꺼낸 카드가 바로 강영식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강영식의 선발 등판에 대해 "타자와 싸우는 요령을 알고 있는 투수다. 3~4이닝 정도는 소화해 줄 것"이라며 강영식의 분전을 기대했다. 3회까지는 괜찮았다. 강영식은 3회까지 두산 타자들이 때려내기 어려운 코스로 공을 제구하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3회말 홍성흔(32)의 적시타로 팀의 선제 2점까지 얻어낸 상태였다. 그때까지는 마산 구장 8연패 마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경기가 뒤집힌 순간은 찰나였다. 4회초 강영식은 이종욱(29)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이원석(23)이 친 타구를 중견수 김주찬(28)이 잡지 못하며 1타점 우중간 3루타로 만들어주며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3회까지 42개의 공으로 효과적 투구를 한 강영식이었지만 그는 6년 간 계투로만 출장한 투수다. 선발이 익숙지 않았던 그였기에 어느 누가 봐도 교체가 가까웠던 때였다. 그러나 롯데 불펜에서 대기하던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강영식의 폭투로 2-2 동점이 되고 김현수(21)가 볼넷으로 출루한 상황서도 롯데 불펜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동주(33)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그제서야 로이스터 감독은 김일엽(30)에게 몸을 풀게 했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가 이미 두산 쪽으로 흘러간 상황이었다. 결국 강영식은 김동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이후 최준석(26)에게 좌월 스리런을 내준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왔다. 여기에 몸이 덜 풀린 김일엽 또한 올라오자마자 손시헌(29)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 마산 구장을 찾은 수많은 롯데 팬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강영식을 좀 더 끌고 가 보려던 로이스터 감독의 계책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롯데는 선발 투수들을 앞세운 야구로 호성적을 올렸다. 지난 시즌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는 손민한(34)-송승준(29)-장원준이 나란히 12승을 수확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는 그만큼 선발 투수들의 비중이 크다. 올 시즌에도 어깨 통증을 안고 있는 손민한이 노련함으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탄 팀이 롯데였다. 그러나 선발 투수에 대한 과신이 독으로 다가온 경기도 적지 않은 팀 또한 롯데다. 선발 투수를 믿고 경기를 맡긴 로이스터 감독이 계투 투입 시기를 놓친 데도 이유가 있다. 3회까지 '깜짝 선발' 강영식은 굉장히 빼어난 투구를 펼쳤으나 4회 한 순간의 흔들림이 경기를 내주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5일 마산 구장을 찾은 수많은 롯데 팬들은 로이스터 감독의 뒤늦은 계투 투입에 더욱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farinelli@osen.co.kr 강영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