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서 금메달을 따며 큰 기대를 받았던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20, 단국대)은 지난 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폐막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출전 종목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6일 귀국 기자회견서 "밤 잠 못자고 지켜봐 주신 국민들께 사죄의 말을 드리고 싶다"면서 "태환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 발언부터 했다. 이어 노 감독은 출발하기 전부터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답변을 돌렸다. 노 감독은 "대한체육회, 수영연맹 등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결국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태환이의 젊은 나이와 열정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간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정신력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박태환은 가장 큰 관심사였던 주종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1500m는 부진했지만 200m와 400m에서는 좋은 기록을 보였다"며 "1500m는 최근 세계 기록과 격차가 벌어졌다. 물론 장린 등 중국 선수들이 선전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박태환은 올림픽 챔피언이면서도 이번 대회서 출전했던 200m, 400m, 1500m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박태환에게 가장 요구되는 점은 주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200m와 400m와 함께 1500m의 장거리에도 출전하는 박태환은 육상으로 치면 스프린터와 마라토너의 능력을 함께 발휘해야 하는 셈이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100m와 200m 등 단거리 위주로 출전하고 장린은 400m와 800m, 1500m에 출전하며 자신의 분야를 확실하게 정해놓고 있다. 400m는 장거리는 아니지만 스피드와 지구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종목이다. 이와 관련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의 훈련 방식 중 최적화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계자 여러분과 상의해야 한다"고 말을 아끼면서 "한 가지 자신있는 것은 우리 태환이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 태환이가 처음처럼만 해주면 자신있다"고 답했다. 의견은 갖고 있지만 관계자와 상의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 것. 또 노 감독은 기자회견 첫 머리서 밝혔던 것처럼 나이가 어린 박태환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민상 감독은 현재 박태환 말고도 15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한국대표팀이 남긴 기록은 처참할 정도. 세계신기록이 43개 작성되는 동안 대표팀의 성적은 한국신기록 2개가 전부였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최첨단 수영복을 입고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에 가까웠다. 기록밭이라고 불리웠던 이번 대회서 대표팀이 세운 신기록은 남자 접영 200m에 출전한 유정남의 0.33초 단축과 정두희의 0.19초 단축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세계 수영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한 노 감독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한국 수영을 개척한 박태환이 다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수영연맹은 오는 12일 SK텔레콤의 박태환 전담팀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와 투명하게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고 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박태환이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다. 10bird@osen.co.kr 박태환-노민상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