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부진한 브룸바에 "넌 여전히 4번타자"
OSEN 기자
발행 2009.08.07 08: 43

"누가 뭐래도 넌 4번타자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히어로즈 '캡틴' 이숭용(38)이 최근 부진에 빠진 팀동료 클리프 브룸바(35)에게 애정어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브룸바는 이숭용을 찾았다. 경기가 좀처럼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브룸바는 6일 현재 홈런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4개를 날려 22개를 친 로베르토 페타지니(38, LG)를 2개차로 따돌린 상태다. 그러나 4월 6개, 5월 8개, 6월 9개로 불붙던 대포가 7월 1개로 급감했다. 지난달 22일 목동 삼성전 이후 조용하다. 홈런 뿐 아니라 타격 페이스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상태다. 시즌 타율은 2할4푼7리. 7월 한 달 동안 2할7리였던 타율은 8월(.142)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이숭용은 브룸바에게 직접 타격폼을 시연해 보일 정도로 조목조목 정성들여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너는 누가 뭐래도 우리팀 4번타자다. 느긋하게 생각하라"고 브룸바의 기분을 북돋았다. 외국인 타자가 국내 타자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구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브룸바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3년 후반기 마이크 프랭클린의 대체 선수로 현대 유니폼을 입은 브룸바는 2005년~2006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활약했을 때를 제외하고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묵묵하고 성실한 모습 때문에 첫 해를 제외하고 4년 동안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2004년 3할4푼3리를 기록,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타격왕 타이틀까지 보유했다. 보스기질까지 다분한 브룸바였기에 좀처럼 동료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숭용은 "브룸바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세심하고 예민하다.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부진은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용병이라 지금쯤이면 재계약 문제 때문에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강한 시기"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숭용은 브룸바의 타격에 대해 "타이밍이 늦다.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 타이밍을 잡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브룸바는 눈으로 공을 본 후에야 배트가 나가고 있다.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일주일 정도 적응기를 거치면 제 타격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변화구 타이밍은 괜찮다. 하지만 직구 타이밍이 좋지 않아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라며 "자기도 잘 알고 있으니 곧 좋아질 것이다. 직구를 한 방으로 연결하면 곧바로 괜찮아질 문제"라고 웃었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브룸바와 이숭용은 평소 타격 자세를 의논할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브룸바는 여전히 이숭용을 '캡틴'으로 불러 통솔력을 인정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주장 송지만과 베테랑으로서 앞으로 3~4년 더 함께 하고 싶은 같은 팀동료라는 의식이 강하다. 이숭용 역시 "브룸바는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이라며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분명 다르다. 완전히 팀 동료로서 행동하고 허물없이 지낸다. 나 역시 브룸바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있으면 브룸바 역시 팀내에서 선배답게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룸바는 1-2로 뒤진 6회 무사 2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터뜨려 2루타를 치고 출루했던 이택근을 간단하게 홈으로 불러들였다. SK 선발 송은범의 134km짜리 밋밋한 슬라이더였다. 아직 직구를 받아치지 못했다. 그러나 히어로즈 동료들이 브룸바를 여전히 팀 고참으로 인정하는 한 거포 본능의 부활은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브룸바-이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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