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조웅천, "팀 보탬 못돼 미안할 따름"
OSEN 기자
발행 2009.08.07 10: 50

"미안해서 찾아가지도 못하겠다".
최대 위기에 처한 팀을 바라보는 프로 20년차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조웅천(38, SK)의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5일 인천 문학구장 3루 덕아웃 뒤에 위치한 실내훈련장에서 재활훈련에 한창인 조웅천은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 고참으로서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어 괴롭다"며 "감독님이나 후배들을 찾아가서 인사도 하고 사기도 북돋아주고 해야 하는 데 도무지 발걸음이 안떨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넉넉잡고 1분만 걸어도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SK는 포수 박경완에 이어 채병룡, 김광현, 최정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지난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김광현의 이름을 잊었다는 등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 상당히 강도 높은 말씀을 하셨더라"고 말한 조웅천은 "오죽 감독님이 힘드시면 그렇게까지 말씀하셨겠나. 이해가 된다"면서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빠졌으니 중심을 잡으셔야 팀 전체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웅천은 현재 캐치볼을 가볍게 하는 정도. 어깨통증이 남아있어 아직 본격적인 피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이상을 느껴 중도 귀국했던 조웅천은 오른 엄지 통증이 겹쳐 시즌 개막전 명단에 제외됐다.
그러다 통증이 사라지고 재활을 마치며 지난 6월 11일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그러나 불펜에서 몸을 푸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어깨 통증을 느껴 7월도 되기 전에 1군에서 제외됐다. 5경기에 나가 4⅓이닝만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1홀드에 4.15의 평균자책점이 올해 거둔 성적의 전부다.
지난 시즌 52경기의 마운드에 서며 13년 연속 5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는 등 통산 813경기에서 64승 54패 89홀드 98세이브 98세이브의 화려한 기록을 보유한 조웅천으로서는 팀 사정에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지난 2년과 비교해 올해처럼 불펜진이 불안했던 적이 없었던 SK였기에 조웅천은 "나 때문에 그런가"하는 자책까지 하게 된다.
조웅천은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해보면서 부상 때문에 고생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재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똑같은 훈련을 반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재활이 길어지면서 점차 사람을 피하게 된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박찬호가 야구선수는 정신적인 치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던데 재활을 하면서 정말 그렇다는 것을 느낀다. 오랜 재활을 이겨낸 이승호가 대단하다"며 "국내 몇 구단도 심리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도입,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고 스스로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아 조만간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상담도 받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웅천은 "감독님 뵈면 저 대신 잘 좀 위로 해드리라. 꼭 선두를 다시 탈환해야 한다"면서도 "평생 인천에서 야구한다는 각오로 선수생활을 해왔는데 재활이 자꾸 늦어져 인천팬들이나 동료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고 거듭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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