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을 깬다③]'빨라 보이는' 강정호, 시즌 '無도루' 진실은?
OSEN 기자
발행 2009.08.07 14: 21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과 고정 관념 속에 제 모습과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고의 스포츠 연예 전문 미디어인 OSEN은 'A 선수는 이기적이다', 'B 선수는 게으르다' 등 야구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7월 31일부터 매주 2회(화, 금) '오해와 편견을 깬다' 코너를 신설했다. [OSEN=박종규 객원기자] 공수주 3박자를 갖춰 ‘포스트 박진만’ 후보로 손색이 없는 강정호(22, 히어로즈). 그런데 올시즌 성적표에서 도루 항목이 0인 것을 보면 흠칫 놀라게 된다. ‘발 빠르게 생긴 외모’ 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올시즌 ‘뛰는 야구’를 추구하는 히어로즈는 7일 현재 134도루를 기록, 8개 구단 중 1위에 올라 있다. 2위 SK(129도루)에 약간 앞서며 ‘장타력의 팀은 발이 느리다’ 라는 편견도 깨고 있는 중이다. 히어로즈에서 웬만한 선수들은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구의 클리프 브룸바와 강귀태마저 각각 2도루, 1도루씩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전으로 나서는 9명의 타자 가운데 유독 강정호만 도루가 없다. 치고 달리기 작전이 걸려 스타트를 끊었다가 운 좋게 도루에 성공하는 적도 없었다. 올시즌 도루를 단 한번 시도하다 실패했는데, 도루기회 124번 중 유일한 시도였다. 프로 4년을 통틀어 도루 시도는 6번에 불과하다. 지난달 21일(목동 삼성전)에는 경기 전 김시진 감독에게 도루를 약속한 적도 있었다. 김 감독이 “강정호는 발 빠르게 생겼는데 못 뛴다” 며 의아해하는 찰나에 마침 그 옆을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너 언제 도루할래?” 라는 김 감독의 물음에 “오늘 뛰겠습니다. 퀵 모션이 빠른 크루세타가 선발인데, 저한테는 견제 안해요” 라고 대답하는 강정호였다. 그러자 김 감독은 “쟤는 사인 내도 안 뛴다” 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강정호에게 빠른 발을 기대하는 것은 ‘다른 용도의 발’ 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유격수 위치에 서기만 하면 강정호의 발은 분주해진다. 2루쪽과 3루쪽의 깊은 타구는 물론 빗맞아 약하게 구르는 타구까지 번개같이 쫓아간다. 민첩하게 생긴 외모와 잘 어울린다. 런다운에 걸렸을 때도 수비수들을 교란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4월 16일 잠실 두산전 7회초에 1루 주자로 나선 강정호는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려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2루 주자의 득점을 도운 적이 있다. 재빠른 몸동작으로 공이 유격수-1루수-유격수-좌익수까지 연결되는 동안 약 10.5초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유독 단독 도루에는 소질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강정호는 “글쎄요, 제가 원래 발은 느린데 센스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요. 발이 느리면 센스라도 있어야죠” 라며 웃었다. 센스있는 선수. 강정호를 표현하기에 딱 좋은 말이다. 그가 현대 유니콘스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던 지난 2007년 당시 김종수 2군 감독도 “입단하자마자 포지션을 포수에서 유격수로 옮겼는데, 적응이 빠르다. 기본적인 센스가 있어 야구를 참 잘하는 선수다” 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다리에 문제라도 있느냐는 물음에 강정호는 “고등학교(광주일고) 때 포수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마스크를 썼어요. 그랬더니 포수를 하던 친구들이 전학을 가더라고요. 3년 내내 포수만 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프네요” 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강정호의 뛰어난 재능이 빚은 슬픈 사연인 것이다. ‘센스로 먹고사는’ 강정호. 훗날 노장이 된다면 아무리 발이 느려도 센스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이로 40세이지만 여전히 ‘야구천재’ 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그의 고교선배 이종범(KIA)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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