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군, 팀 살린 '약관'의 안방마님
OSEN 기자
발행 2009.08.07 21: 16

"연속으로 3개의 원바운드 볼이 나왔는데 실실 웃으면서 공을 건네주더라구요". 만 스무 살 어린 포수가 팀의 '난세'에 빛을 발했다. 데뷔 2년 차 포수 김태군(20. LG 트윈스)이 투수의 능력을 살리는 리드를 보여주며 팀을 7연패 수렁서 구해냈다. 김태군은 7일 잠실 두산 전에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 외국인 투수 제레미 존슨(27)의 8이닝 무실점 쾌투를 이끌며 팀의 2-0 승리에 공헌했다. 더욱이 전날(6일) KIA전서 주전 포수 조인성(34)이 심수창(28)과의 경기 중 마찰을 일으키는 등 팀 분위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서 나온 활약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순간 순간이 더욱 빛났기에 김태군의 경기 내용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3회초 이종욱(29)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한 고비를 스스로 넘겨낸 것은 물론,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까다로운 타자 김현수(21)를 상대로 2구 째 몸쪽 변화구를 주문해 유격수 플라이를 이끌었다. 올 시즌 달마다 변화점을 보이고 있는 김현수는 지난 7월 몸쪽 공이 많아지는 바람에 히팅 타이밍을 잃어버리며 다소 많은 땅볼을 때려낸 바 있었다. 김태군은 이를 잘 짚어내며 바깥쪽으로 걸치는 직구 대신 커브를 유도, 범타를 이끌었다. 제구력이 좋은 존슨의 쾌투에는 김태군의 리드가 한 몫 했다. 9회서도 김태군은 베테랑 좌완 릴리프 류택현(38)과 호흡을 맞춰, 선두 타자 김현수의 안팎을 찌르다 4구 째 몸쪽을 찌르는 과감한 리드로 삼진을 이끌어냈다. 국내 최고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김현수에 대해 연구한 LG의 노력이 김태군의 볼배합을 통해 빛을 발했다. 마지막 2사 만루서도 김태군은 위축되지 않은 채 구위가 좋은 이재영(30)을 오히려 다독이며 마지막까지 홈 플레이트를 지켰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3순위로 입단한 김태군은 고교 시절부터 투수를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기본기가 잘 갖춰진 포수로 알려졌다. 비록 타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 또래들 중 최고 포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성장 가능성이 충분했다. 특히 김태군은 최근 아킬레스건 수술 후 재활에 열중하고 있는, 베테랑 포수 김정민(39)이 2007년 잠정 은퇴 후 스카우트 업무를 보던 시절 발탁한 포수 유망주다. 김태군이 김정민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투수의 공이 안 좋아도 불평불만 없이 투수를 다독여 준 포용력이었다. "지방으로 내려가서 부산고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투수가 연속 3개의 공을 잡기 어려운 원 바운드 볼로 던졌다. 누가 봐도 포수가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때 (김)태군이는 투수 엉덩이를 두 번 정도 쳐 주고 씩 웃은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았다". "포수의 표정에서 비춰지는 분위기로 투수의 기분 또한 바뀌게 마련이다. 따라서 포수가 투수를 잘 감싸주지 않으면 경기가 어렵게 흘러 갈 수 있다. 고교 시절 태군이의 경기를 보고 '이녀석 정말 좋은 포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 우리가 뽑자고 추천했다". 물론 투수 리드는 포수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덕아웃서 나오는 사인을 통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투수의 공이 날아가는 곳은 덕아웃이 아닌, 포수 미트다. 결국 배터리의 상호 작용에 경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존슨의 마수걸이 승리를 이끈 포수 김태군의 활약상은 분명 빼어났다. 김태군의 포수 프로텍터에는 김정민의 배번인 12번이 새겨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마운드의 외국인 투수를 어루만지며 팀 승리를 이끈 김태군의 모습에서 '1구, 1구를 정성껏 받아내면서도' 불평 없이 땀을 닦아내던 김정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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