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최연성, SK텔레콤 V5 '숨은 공신'
OSEN 기자
발행 2009.08.09 15: 27

전통의 강호 SK텔레콤이 다시 한 번 광안리를 호령했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특설무대서 열린 '프로리그 08-09시즌' 결승 무대서 제대로 화승을 테러하며 결승 MVP를 거머쥔 '테러리스트' 정명훈과 정규시즌서 53승을 거둔 '혁명가' 김택용, '깜짝 카드'로 이제동을 제압한 박재혁 등이 주인공이 돼 SK텔레콤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정명훈 김택용 박재혁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들 외에 SK텔레콤의 3년 만의 프로리그 정상 탈환의 숨은 일등공신은 바로 '황제' 임요환(29)과 '괴물' 최연성 플레잉코치였다. 사제지간으로 '오버 트리플 크라운' 신화를 만들 당시 팀의 핵심 전력이었던 이들은 이번 프로리그 08-09시즌 광안리 결승에서는 숨은 조력자로 팀의 중심을 잡으며 정규 시즌 막판까지 1위를 고수하던 난적 화승을 요리했다. T1의 승리는 비록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이들의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진 짜릿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이번 결승전의 최대 승부처였던 2차전 7세트는 임요환과 최연성의 멋진 합작품이었다. 2일 화승과 CJ의 플레이오프서 화승이 2차전 패배 이후 최종 에이스결정전서 이제동을 앞세워 승리로 장식하자 SK텔레콤은 4일과 5일 이틀간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승의 패턴을 분석했다. 이 와중에 전략가로 이름을 떨쳤던 임요환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과거 에버 2004 스타리그 4강전서 소위 '공포의 3연벙(3연속 벙커링)'으로 맞수 홍진호를 3-0으로 넉다운시켰던 그는 박재혁과 '아웃사이더' 연습 경기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2차전 에이스결정전 맵인 '네오 메두사'서 절대로 질 수 없는 필승의 전략을 만들었다. 전략은 중앙 지역서 배럭스를 건설하면서 본진 입구에도 다른 배럭스를 건설하고, 상대방이 무난하게 '12드론 스포닝풀' 이후 앞마당을 가져가면 다수의 일꾼과 함께 벙커링을 강행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 일반적으로 저그가 앞마당을 가져갈 경우 정찰이 늦기 때문에 전략이 들키는 시점이 늦고, 만약 전략이 발각되도 입구지역을 막기 때문에 중반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완벽하게 화승 에이스 이제동을 겨냥해 만든 필승 전략이었다. 실제 경기서 이제동이 예상과는 다르게 '12드론 스포닝풀 앞마당' 빌드가 아닌 '9드론 스포닝풀' 이후 빠른 정찰로 정명훈의 의도를 일찍 파악했지만 병력 대신 테크트리를 위해 빨리 가져가자 사실상 승부는 결정났다. 이제동의 의도를 파악한 정명훈은 곧바로 본진 지역서 생산되던 머린과 다수의 일꾼을 동반한 압박 공격으로 이제동의 앞마당을 쓸어버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법으로 SK텔레콤 우승의 최대 장애물이던 이제동을 울린 것. 이 전략에 다른 숨은 공신은 최연성 플레잉 코치. 에이스결정전서 화승을 기만하는 신경전을 펼쳤다. 최근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하는 트렌드인 메카닉 전략의 창시자인 최 코치는 정명훈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게 해 화승 측으로 하여금 초반 전략이 아닌 '골리오닉(골리앗+바이오닉)'이나 '발리오닉(발키리+바이오닉)' 등 중후반 운영을 노리는 인상을 풍기면서 제대로 화승 벤치의 허를 찔렀다. 임요환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섭섭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팀의 우승을 위해 이 전략을 생각해내자 너무 기뻤다. 내가 아닌 T1의 다른 어떤 선수가 나가도 무조건 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이 전략으로 인해 정명훈이 결승 MVP를 거머쥐어 기쁨이 두 배, 세 배"라고 활짝 웃었다. 비단 에이스결정전을 비롯한 경기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이들은 우승의 공신이었다. SK텔레콤은 2006년 전기리그 우승 이후 임요환이 입대하자 빠르게 추락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그가 빠지자 이른바 '앙꼬 없는 찐빵'격으로 급속히 무너지며 명가의 이미지 대신 허울좋은 강호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요환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믿었던 최연성과 박용욱이 더 이상 선수생활을 병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을 당하면서 팀의 상징인 행복 날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최연성이 플레잉코치로 변신하고 팀의 상징이자 e스포츠의 대들보인 '황제' 임요환이 돌아오자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들먹거리면서 팀의 분위기를 해칠 법도 한데 이들은 후배들을 행동으로 가르침을 내리며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용운 감독은 "팀을 일년간 같이 끌어준 최연성 코치가 없었다면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때 우리 팀은 2등 전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1위 전력을 갖추게 됐다는 생각은 임요환이 합류한 이후"라고 최연성 플레잉코치와 임요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대스타 출신으로 과거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숨은 조력자로 묵묵히 후배들을 앞에 세우며 T1의 3년 만의 프로리그 정상 탈환에 단단히 한 몫을 한 것이다. scrapp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