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신지옥'(이용주 감독, 남상미 류승룡 김보연 심은경 주연, 8월 13일 개봉)은 사이비 종교와 무속 신앙을 소재로 떼죽음 이상의 도발적 공포를 선사한다. 믿지 않는 자는 지옥에 간다는 뜻의 '불신지옥'은 그 제목에서 느껴지듯 종교(일반 기독교가 아닌 영화에서는 사이비 종교로 그려진다)와 신들린 아이를 둘러싼 무속 신앙에 대한 문제를 내놓는다. 감독이 많은 시간 고민했다고 말한 것처럼 이런 민감하고 대치되는 소재의 조합은 묵직한 공포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재기발랄한 '스크림'이나 살인마가 등장하는 '13일밤의 금요일' 류의 공포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링'이나 '주온'처럼 기상천외한 원혼으로 공포감을 조성하지도 않는다. 크게는 웃음이 제거된 무채색 외모의 남상미가 펼치는 추리극에 가까우며 신중하고 깊게 주제 속으로 침전한다. 끊임없이 기침을 콜록거리는 희진(남상미)은 어느 날 갑지기 실종된 동생 소진(심은경)을 찾기 위해 고향 집으로 내려간다.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기도로 소진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엄마(김보연)를 보며 희진은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그 모습은 종교의 비이성적 광기에 사로잡힌 엄마에 대한 희진의 짓눌림을 드러내는 비명과도 같다(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비명'이었다). 소진을 찾으면서 소진이 앞일을 예견하고 아픈 사람을 고치는 등 범상치 않은 아이였다는 이웃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소진을 '신들린 아이'라고 부르는 이웃들은 하지만 소진의 엄마처럼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이다. 이 영화의 공포는 '광기'에서 나온다. 사이비 종교에 미친 엄마의 광기, 무속신앙에 대한 이웃들의 광기, 그리고 이들의 이기심이 경악스러운 광기의 최고조를 이루며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깨닫게 한다. 믿음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공포영화로서의 임팩트가 적은 편이나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죽은 경비가 희진의 몸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장면, 이웃들이 참수형을 연상시키 듯 얼굴을 가리고 일렬로 늘어선 모습 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이 속에 '모성'의 문제를 하나 더 끌어와 사건을 감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시니컬하게 욕설을 내뱉는 형사(류승룡)가 아픈 딸의 병을 낫게 하려는 믿음에 부적을 갖고 병원에 가는 것처럼, 이성도 그 앞에서는 철저히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광기와도 이어진다. 보통 사회의 억눌린 대상이 원혼이 되고, 그를 둘러싼 떼죽음이 지루하게 그려지는 한국 공포 영화와는 달리 '불신지옥'은 오컬트 느낌 의 공포 영화로 탄탄한 얼개를 완성했다. 후반부 사건 정리가 다소 늘어지는 것이 단점이지만, 귀신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내는 오싹함이 여운을 남긴다. ny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