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박종규 객원기자] 한 여름 더위의 절정, 그러나 야구팬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9일 잠실구장. 올 여름 들어 절정의 무더위가 야구장을 휘감았지만, 야구팬들의 뜨거운 열정은 막지 못했다. 이날 서울에는 오후 5시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의 기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33.6℃까지 올랐다. 가만히 서 있어도 찜질방을 방불케 할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잠실구장에는 오후 2시 30분부터 관중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는데,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입구가 열리기 전에도 표를 사려는 관중들로 야구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3루쪽 두산 관중석에는 강한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고 있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두산 팬들은 내야석을 가득 메우는 열성을 보였다.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임에 틀림없었다. 관중수 1만 9천~2만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이날 대부분 관중들의 손에는 부채가 들려있었다. 마치 여름날 씨름 경기 관중석을 보는 듯했다. 부채의 출처는 모 관광회사였다. 이날 종합운동장 전철역 출구에서 판촉 행사 차원으로 무상 제공한 것이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게 됐다. 때마침 홈팀 LG에서는 ‘썸머 쿨 크리스마스’ 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7일부터 3연전 동안 사인회,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등으로 팬들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무더위의 절정에서 행사를 연 것이 응원단에게는 독이 됐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산타 복장으로 응원을 하게 된 것. LG 장내 아나운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그 옆을 소 두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전국 한우협회에서 이날 ‘LG 트윈스 선전 기원 한우 데이’ 행사를 벌인 것이다. 더운 복장도 모자라 소 머리 탈까지 쓴 캐릭터 옆에서 할 말을 잃었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여름 더위의 절정에서 야구장은 관중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일요일의 야구장 풍경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