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선물로 주신 홈런 같다". 극적이면서도 짜릿한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리며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김원섭(31)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였다. 김원섭은 9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 3-2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라는 영화 같은 상황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김원섭은 마침 정우람이 던진 초구가 몸쪽 높은 쪽으로 직구가 날아오자 주저없이 크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쭉 솟구쳐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 LG 페타지니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나온 기록이지만 통산 4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진귀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김원섭은 자신의 힘으로 팀에 지난 2003년 9월 1일 광주 SK전 이후 첫 9연승을 선사했다. 당시 KIA는 구단 최다인 11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김원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선물로 이런 홈런을 주신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김원섭의 어머니는 지난 6월 19일 육종암으로 사망했다. 이어 "황병일 타격코치가 홈런을 치라는 생각으로 크게 스윙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김원섭은 "마침 예상대로 직구가 들어왔고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원섭은 "개인목표같은 것은 없고 팀이 좋은 분위기를 연결하는데 노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극적인 승리를 거둔 조범현 KIA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다. 멋진 경기였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