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선물로 끝내기 홈런을 주신 것 같다".
수녀 이해인씨의 시 중에는 '꽃은 아픔 속에 피어난다'라는 글귀가 있다.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던 도중 허벅지 통증과 간수치 악화, 모친상까지 겹치며 극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던 김원섭(31)이 다시 맹타를 보여주고 있다.
김원섭은 지난 9일 군산 월명구장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서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서 정우람(24)의 초구 몸쪽 직구를 결승 우월 끝내기 만루포로 연결하며 6-3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4번째 역전 끝내기 만루포였다.
올 시즌 69경기에 출장, 3할3리 6홈런 30타점 13도루(10일 현재)를 기록 중인 김원섭은 개막 후 곧바로 터진 이용규(24)의 부상 이탈에도 제 역할을 펼치며 KIA의 공격 물꼬를 틔웠다.
김원섭이 지난 6월 10일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1군 엔트리서 말소되기 전까지 3할1푼9리 4홈런 20타점 12도루로 맹위를 떨친 덕분에 KIA는 최희섭(30)의 하강세에도 공격 면에서 큰 약점을 느끼지 못했다. KIA 타선의 파괴력이 뚝 떨어졌던 시기는 김원섭의 이탈 시기와 맞물린다.
'안 될 때는 나쁜 일이 한꺼번에 찾아온다'라는 말처럼 김원섭은 연이은 악재에 눈물 흘려야 했다. 김원섭은 부상 이탈 후 이튿날(6월 11일) 간수치가 정상치를 벗어나는 바람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로부터 1주일 후에는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김원섭의 어머니는 육종암으로 고생하면서도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원섭에게 2009년 6월은 너무도 잔인한 시간이었다.
7월 18일 대전 한화전이 되어서야 1군 무대를 다시 밟은 김원섭. 복귀 후 제 기량을 찾는 데 집중하던 김원섭은 지난 6일 잠실 LG전서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특유의 건실한 타격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고 생애 첫 끝내기 만루포로 나래를 펼쳤다.
경기 후 김원섭은 기쁨 속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선물로 이렇게 짜릿한 홈런을 주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힘든 시기를 거치며 심한 마음고생을 겪은 후 입을 열어 밝힌 한 마디였기에 그 어느 때의 히어로 인터뷰보다 더욱 뜻깊었다.
2001년 두산서 데뷔한 이후 공-수-주 3박자를 갖췄다는 평을 받았으나 고질적인 만성 간염으로 인해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던 김원섭. 연이은 아픔을 딛고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그의 방망이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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