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신조의 기회, 조범현과 KIA
OSEN 기자
발행 2009.08.10 08: 59

천우신조의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지난 9일 밤 광주 무등야구장 근처의 한 아파트. 느닷없이 진풍경이 벌어졌다. SK와의 군산경기에서 9회말 김원섭의 역전끝내기 만루홈런이 터진 순간 커다란 함성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뒤흔들었다. 월드컵 축구에서 골을 넣은 것도 아니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도 아니었지만 KIA 팬들에게는 못지 않은 비슷한 감정을 주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선두를 달리는 KIA 야구에 대한 팬들의 열망이 드러난 방증이었다. KIA는 2000년대 이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타이거즈 야구는 지독한 아홉수에 걸려있었다. 전신 해태시절 97년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국시리즈는 남의 잔치가 됐다. 2001년 시즌 도중 해태를 인수해 출범한 KIA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해태의 영광을 잇지 못하는 KIA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길에는 애증이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천우신조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기 파죽의 9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라면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은 크다. 더욱이 직행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이 70%가 넘기 때문에 KIA팬들은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앞으로 남은 35경기에서 실속하지 않고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직행 가능성은 높다. 섣부르지만 대망의 기대감을 높아지고 있다. KIA 뿐만 아니다. 파죽지세를 이끌고 있는 조범현 감독도 기회를 잡았다. 한국시리즈의 한을 풀 수 있는 찬스가 주어졌다. 지난 2003시즌 신인감독으로 SK 지휘봉을 잡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현대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3승2패로 앞서고도 막판 2경기에서 밀려났다.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은 요원했다. 2006시즌을 마치고 SK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2007년 시즌 도중 서정환 감독의 요청으로 배터리코치로 부임했고 그 해 말 지휘봉을 잡았다. KIA가 지휘봉을 맡긴 이유는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8시즌 좌절했다. 선수들을 다그쳤지만 경기력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부상속출과 함께 6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의 전면적인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조급하게 팀 전력을 끌어올리다보니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워낙 많은 문제점이 한꺼번에 고쳐지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걱정이 많았고 시즌들어 주춤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구톰슨과 로페즈 등 외국인 투수의 활약으로 마운드가 안정되고 최희섭의 부활과 김상현의 가세로 공격력에 힘이 갖춰지면서 팀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급증 대신 인내를 갖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남은 35경기에서 그의 능력에 따라 모든게 달라지게 된다. KIA와 자신의 숙원을 풀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타이거즈맨들은 좌절 대신 성공과 함께 축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팬들은 가을, 광주의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으로 보답할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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