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비, 전지현, 이병헌이 최근 할리우드에 출사표를 던진 대표적 배우들로 꼽을 수 있다. '첫 발'이 중요한 만큼 이들의 할리우드 진출기는 그 모든 과정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내 배우가 월드스타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룬다는 국내 영화팬들의 자부심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첫 걸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 되어서는 안 될 할리우드 진출. 한국 톱스타들의 할리우드 흥망사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 비, 흥행 : 부진 - 의미 : 가능성 선두 비(정지훈)은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은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할리우드에 뛰어들었다. 영화 속 그의 비중은 주조연급으로 높았다. 다부진 액션 연기, 날카로운 눈에서 나오는 섹시한 매력이 스크린에 배어들었다. 하지만 비는 '왜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 그 역할이 일본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 아시아 남자로만 설정됐고 비 스스로 일본 캐릭터에 한국 옷을 입히는 노력을 보였지만 왜색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흥행 면에서도 부진을 겪었다.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흥행에 고배를 마신 것. 1억2000만 달러를 들였지만 미국 내에서는 3분의 1 정도인 4395만달러를 만회하는 데 그쳤고, 이를 포함한 전세계 흥행수입도 본전에 미달한 9400만달러였다. 국내 관객은 80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의 할리우드 활약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의 할리우드 두번째 작품이자 첫 주연작 '닌자 어쌔신'(11월 24일 전세계 개봉) 예고편은 지난 달 미국 MTV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자 반나절만에 조회수 30만을 넘어서는 등 전세계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 전지현, 흥행 : 참패 - 의미 : 연기변신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홍콩, 프랑스 합작 '블러드'는 그의 첫 액션 영화이자 단독 주연으로 나선 영화였다. '공각기동대'를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고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글로벌 프로젝트였지만, 국내에서 10만여명의 관객만을 모았고 일본, 미국에서도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내놓았다. 이 작품은 그간 흥행작이 별로 없다는 평을 들어야 했던 전지현에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성과는 그리 좋았다. 전지현의 왜색 논란은 비의 그것보다 더욱 심했다. 극중 일본인 캐릭터 뱀파이어 사야 역을 연기한 그는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전지현의 첫 해외 진출작이란 타이틀이 무색한 작품이었지만, 연기 변신에 대한 도전 정신은 높이 살 만 하다. CF퀸의 이미지를 벗고 도약하고자 와이어에 매달리고 무술을 하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블러드'의 제작자이자 '와호장룡', '영웅' 등을 만들며 장쯔이를 세계무대에 알린 빌 콩은 '블러드'를 통해 보여준 전지현의 프로 근성을 칭찬하고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 팬들의 반응은 무심했지만 미국의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환상적인 연기..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는 호평을 보냈다. ◆ 이병헌, 흥행 : 성공적 출발 - 의미 : 왜색 벗고 호평 이병헌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으로 할리우드에 첫 발을 내딛었다. '미이라'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시에나 밀러 등의 출연으로 후광을 입은 '지아이조' 예고편에서는 정작 이병헌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아 국내 언론에서 '굴욕'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영화에서 이병헌의 역할과 연기력은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극중 한국인 악당 스톰 쉐도우를 맡은 이병헌은 날카로운 눈빛, 탄탄한 복근 등 강렬한 외모와 부드럽고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여 썩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항상 논란이 되는 '왜색' 문제가 일기도 했고 여전히 지속 중이지만, 스톰 쉐도우가 한국인이란 설정은 국내 관객에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줬다. 흥행 면에서도 성공적 출발을 알렸다. 10일 오전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개봉일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북미 4007개 상영관에서 56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압도적인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국내 성적도 나쁘지 않다. 6일 국내 개봉 첫 날 17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개봉 첫 주 92만 관객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이병헌의 할리우드 활약 가능성 역시 밝은 편이다. '지.아이.조’가 1편의 성공에 힘입어 계속 시리즈로 제작될 경우, 이미 고정 출연을 맡아 놨다. ny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