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조범현 KIA 감독은 KIA가 후반기 1위에 오르자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침착하게 밝힌 바 있다. KIA는 후반기 9연승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이제 다들 KIA의 달라진 모습에 주목하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우승이 떼놓은 당상처럼 보일 정도이다. 현재 전력을 감안하면 실제로 우승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의 말대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남은 35경기에 고비는 분명히 찾아온다.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긴 했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 무엇보다 두산, SK와 12경기를 벌어야 된다. 이 경기에서 두 팀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산과 7경기를 남은 가운데 4승8패로 열세에 몰려있다. 두산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지만 불펜의 부실로 여러경기를 내줬다. 8개팀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경기를 펼치는 팀이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다. 3위 SK와도 5경기를 갖는다.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맞대결이다. 노련한 김성근 감독은 커다란 산과 같다. 잡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든다면 잡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KIA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중요한 고비에서 김성근의 용병술에 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두 팀은 지난 2년동안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바 있다. 선수들이 경험이 축적된 만큼 큰 경기에 강하다. KIA 선수들은 이런 점에서 취약하다. 한국시리즈 경험선수는 이종범 김종국 장성호 뿐이다. 그것도 12년전(97년)의 일이다. 만일 맞대결 카드에서 밀린다면 곧바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이와함께 4강을 노리는 롯데 삼성 히어로즈와 14경기를 갖는다. 이들 팀들 역시 KIA를 피하지 않고 총력전을 벌이기 때문에 쉽지 않는 싸움이다. 발목을 잡힐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선수들의 심리상태도 중요하다. 7년만의 선두질주로 인해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라있다. 자신감도 충만해있다. 그러나 달리보면 약간 들떠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감이 어느 순간 자만심으로 바뀔 위험성이 있다. 정작 중요한 싸움을 앞둔 상황에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적당한 자극을 통해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응룡 삼성 사장은 해태시절 적절한 자극을 통해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았고 9회 우승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