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추리극 '이태원 살인사건'이 고사가 아닌 위령제로 영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 압구정 예홀에서 열린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홍기선 감독, 선필름 제작, 장근석 정진영 신승환 오광록 주연) 제작발표회에서 주연 배우 정진영은 "보통 영화가 고사를 지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우리 영화는 고인의 위령제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연출을 맡은 홍기선 감독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정진영은 "처음 이 영화의 섭외를 받고,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홍기선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 홍 감독이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를 만들어 전과 2범이시다. 영화를 하는 후배로서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이태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추리극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재미로 무고한 대학생을 살인한 2명의 10대 한국계 미국인 용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치열한 진실게임을 그려낸다. 1998년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사건을 조명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두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은 증거 부족으로 1년 6개월 구형을, 나머지 한 명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2심에서는 20년 구형을 받았다. 버스 운전 기사인 피의자 고 조중필씨의 아버지는 이 방송에서 20년 구형을 받았던 용의자가 무죄 석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을 쉬면서 30분간 움직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미제로 끝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궁금증과 상처를 남겨준 이태원 살인사건. 3년여간 이 작품을 준비한 홍기선 감독은 "영화 소재를 찾다가 이 사건에 관한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이 사건이 미제로 끝나 영화로 가능할까란 생각을 갖고 관계자들을 만났다. 극적으로 풀기가 힘들었다. 드라마 자체가 해결점이 있어야 하는데 미제로 끝나 극적 구성에서 난항을 겪다가 스태들의 도움 속에서 완성하게 됐다"고 영화를 만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9월 개봉예정이다. nyc@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