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5년 여 전인 2004년 7월 1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대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던 'e스포츠'가 비슷한 시간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2만 여 명의 관중 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광안리에 모아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때 모인 인원이 무려 10만 명. '게임 폐인' '게임 중독' 등 그들만의 리그로 무시당하던 e스포츠가 10~20 세대를 뛰어넘어 10만 명의 인파를 모으는 데 성공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듬해인 2005년은 2004년에 모인 10만 명의 인파를 넘어 12만 명이라는 놀라운 관중 동원을 성과를 냈다. 이른바 e스포츠의 성지 '광안리'의 탄생 비화다.
'e스포츠의 성지'인 광안리서 또 한 번의 결승전이 지난 8일 전통의 명가 SK텔레콤이 우승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번에 6일 7일 8일 3일간 열렸던 결승전은 태풍 '모라꼿'이 상륙한 가운데 열렸지만 경찰 집계 첫날 1만5천명 2일차 1만5천명 마지막날인 8일에는 4만명이 광안리 결승전을 관람하며 e스포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쉬운점은 분명 있다. 이제 더 이상 부산 광안리가 e스포츠 결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습적인 태풍으로 인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나 인파가 없었던 점을 들면 이정도는 성공이라며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고민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국산 e스포츠 종목인 SF프로리그 결승이 열린 6일은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소녀시대의 축하공연이 끝나자 8천명 이상의 관객이 빠져나가며 축제의 무대에 찬물을 끼얹었고, 7일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는 광안리 특설무대 앞에 깔린 1만개의 의자도 채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스럽게 마지막 날인 8일 4만명의 팬들이 몰리면서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광안리의 가치를 입증했지만 더 이상 광안리 만 고집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진단도 함께 내려졌다.
이번 프로리그 08-09시즌 결승전은 e스포츠 최초로 다전제 형식으로 치러졌다. 두 번의 대결 모두 광안리 해수욕장서 치러진 가운데 다전제 대결이면 광안리를 벗어나 한 번 정도는 타 도시에 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제안을 던지고 싶다.
2005년을 기점으로 광안리 관객은 계속 숫자가 줄었다. 2006년 장대빗 속에도 4만 8천명이 모였고, 2007년은 7만의 인파를 모았지만 10만 관객 동원은 실패했다. 2008년은 역대 최소인 3만명이 모이며 점차 기세가 꺾였다. 2009년 결승전은 3일간 진행됐지만 7만명을 동원하며 관중 대박에는 실패했다.
두차례의 다전제라면 무리하게 부산 광안리를 고집하기 보다는 e스포츠의 관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한 차례는 경기를 갖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역대 스타크래프트 관련 지방행사서는 장소를 떠나 대부분 관중 동원을 성공했던 것이 좋은 예다.
1999년 시작 이래 e스포츠는 숨가쁘게 달려왔고, 그 중심에는 분명 e스포츠의 성지 광안리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는 광안리가 아닌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하고 반드시 찾아야 한다
제2의 제3의 광안리를 찾는다면 e스포츠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