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 전이 열린 잠실 구장.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팬들에게 다음 기회를 기약하던 자리서 군입대를 앞둔 세 명의 두산 선수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에 웃으며 돌아 오겠노라고. 3년이 지난 2009시즌. 이들은 두산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현재 팀이 선두 KIA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전 우익수 임재철(33)과 유격수 손시헌(29), 그리고 최근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포수 용덕한(28)이 그 주인공이다. 2년 간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하며 야구를 떠나있었던 임재철의 올 시즌 성적은 3할6리(12위, 12일 현재) 5홈런 43타점 9도루. 2년 간의 실전 공백을 무색케 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출루율이 4할2푼2리(7위)에 달할 정도로 2번 타순이나 7,9번 타순에서 후속 타자들에게 찬스를 제공하는 역할 또한 뛰어나다. 지난해 11월 팀의 마무리 훈련서부터 참가하며 부족했던 실전 감각을 되찾는데 주력했던 임재철은 시범 경기서 5할 대의 맹타로 활약을 예고했다. 시범 경기 맹활약을 펼친 임재철에 대해 일각에서는 '페넌트레이스서 고전할 것'이라는 평도 있었으나 그는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위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름에 페이스가 더 올라가고 있을 정도로 내구력도 만점. "이제는 공을 잘 골라내는 타자가 투수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군 입대 전에는 그저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받아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노리던 공을 받아치는 동시에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나가는 공을 골라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6시즌까지 두산 내야의 심장으로 활약했던 손시헌은 올 시즌 2할8푼3리 10홈런 49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상무에서 뛰며 야구 인생을 이어가기는 했으나 1군과 2군의 실력 차가 엄연히 있는 만큼 손시헌이 제 위력을 그대로 발산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2009년은 '공-수 겸장' 그 자체다. 군 입대 전보다 더욱 간결해진 수비 동작과 넓어진 수비 범위는 물론, 투수 스타일과 코스에 따라 다른 타격을 선보이는 배팅 능력으로 예년보다 한결 업그레이드 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사구 여파로 올 시즌 단 한 경기에 결장했을 뿐, 거의 모든 경기에 풀타임 출장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는 지구력을 실감케 한다. "예전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지 않은가.(웃음) 김광림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익힌 새로운 타격 또한 상당 부분 몸에 적응된 것 같다. 또한 상무 시절부터 수비 동작을 좀 더 간결하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상무 입대 전 '수비는 좋지만 공격은 별로'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포수 용덕한은 최근 주전 포수 최승환(31)의 체력을 비축해주는 동시에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떨치고 있다. 팀 내 포수들 중 가장 뛰어난 블로킹 능력은 물론 지난 12일 잠실 한화 전서는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상대 투수들을 진땀 흘리게 했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 특히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인 포수 자리서 경쟁을 촉구하는 지도자다. 지난 시즌 LG서 최승환이 이적한 이후 6월 한 달간 주전 채상병(30. 현 삼성)과 자리를 맞바꾸어 가며 '판타지 리그'식 기용법을 보여줬던 김 감독은 최근 최승환과 용덕한의 출장을 조절하며 팀 전력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김 감독이 생각하는 용덕한의 기량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반증이다. "내 위치는 백업 포수다. 따라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수비다. 홍상삼(19)의 경우는 공을 '패대기'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블로킹하면서 투수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격에 있어서는 상대 투수들이 찬스 상황서 날 얕잡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며 1군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로 자리매김한 '예비역 3인방'.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필수적이지만 야구 선수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2년 간의 공백을 무색케 하는 이들의 최근 활약상은 분명 눈여겨 볼 만 하다. farinelli@osen.co.kr 임재철-손시헌-용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