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여자였다. 미모와 지성, 재력까지 겸비했던 팜므파탈 변호사 한정원(이하늬)이 막판에는 수도꼭지처럼 눈물만 빼다 사라졌다.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파트너'(극본 조정주 유미경, 연출 황의경 김원석) 속 이하늬의 캐릭터가 설득력 없는 변질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 작품으로 첫 정극 연기에 도전했던 이하늬는 극 초반 오만할 정도로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캐릭터로 시작했다. 형제 변호사 이영우(최철호)와 이태조(이동욱)를 연적관계로 만들 정도의 매력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실력파 변호사로 통하는 여성이었다. 이영우와 대담한 불륜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당당한 포스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극 전개가 중반을 넘어서며 상황은 달라졌다. 강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아픈 개인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한정원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고를 일삼다 감옥살이까지 한 친아버지가 등장해,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연인인 이영우로부터 돈을 뜯으려고 수작을 피우자 한정원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그녀는 거의 매회 울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던 그 냉정한 여자가 한없이 약해져갔다. 그 이후 그녀는 변호사의 본분도 망각한 듯 사랑 놀음에만 집착했다. 본래부터 답이 없던 불륜관계의 허망함을 새삼 깨닫기라도 한 듯 갑작스럽게 이영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영우의 부친 이진표(이정길)가 온갖 협박을 해도 주위에서 뭐라 말려도 제 감정에 솔직하며 이영우를 사랑했던 한정원은 독설과 눈물 등 무기란 무기는 다 이용해 그를 떠나보내려 했다. 또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도 친구라고 선을 긋던 이태조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바랐다. 결국 최종회에는 이영우의 아이를 임신한 채 홀연히 외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모습으로 사라졌다. 도도하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갑자기 비련의 여주인공인양 눈물을 훔치며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불륜남에게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떠나는 것을 과연 쿨한 여자의 선택으로 봐야할지, 불륜녀의 멍에로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이하니는 데뷔작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상당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는 데 성공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빼어난 외형적 조건이 강인하고도 매력적인 팜므파탈 한정원 역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때문에 배우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하늬는 '파트너'를 통해 강인하고 도도한 여성상부터 청순가련 이미지까지 두루 보여줬기에 어쩌면 만족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작품을 놓고 봤을 때는 초반과는 변질된 캐릭터로 설득력을 떨어뜨리며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issue@osen.co.kr ▶ '종영' 파트너, 자체최고시청률 12.7%로 '명예퇴장' ▶ '파트너', 미드 닮은 한국형 법정극 '유종의 미' ▶ 종영 앞둔 '파트너', '혼' 잡고 막판 뒷심 ▶ '파트너' 부진이 안타까운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