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믿음의 감독, 그리고 이에 보답한 선수의 발견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훈훈하게 한다. 믿음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김시진 감독이 또 한 명의 선수를 부활의 길로 인도했다. 시즌 초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가 알 수 없는 부진의 늪에 빠졌던 황두성이다.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제 기량을 발휘한 황두성은 김 감독에게 흡족한 웃음을 안겨줬다. 황두성은 지난 5월까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5월 30일 목동 롯데전을 마무리하며 9세이브째를 올렸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황두성은 제구력 난조에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 감독은 황두성을 중간계투진으로 돌렸고, 신철인과 이보근을 번갈아 마무리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부진의 조짐이 보이던 무렵에도 황두성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던 김 감독이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황두성은 불펜에서도 부진을 거듭했고, 한 차례 선발 등판(6월 10일 목동 KIA전)에서도 제구력 불안으로 2회 1사 후 강판됐다. 김 감독의 ‘과감한 결단’ 은 지난 6월 25일에 이뤄졌다. ‘2군행’ 이라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황두성에게 “너는 선발이든 중간이든 중요할 때 나와야 한다. 게임메이커 역할을 해줘야지 팀이 지고 있을 때 롱 릴리프 역할을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부진하다고 해서 덜 중요한 상황에 기용하는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스케줄도 직접 지시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서 80개 정도를 던지게 했다. 그러나 절대 장기간 머무는 것은 안 된다. 순위 싸움은 올스타전 때까지 계속 될 테니까 그 후에 돌아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감독의 심정을 아는지, 황두성도 “열심히 몸 만들고 오겠습니다. 하루 빨리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일 후인 지난 7월 8일, 김 감독은 2군에서 회복세를 보인 황두성을 1군으로 불러 올렸다. 이 때부터 황두성은 선발진 진입을 위해 컨디션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난 1일 목동 LG전에서 황두성은 부활의 조짐을 알렸다. 1-5로 뒤지던 2회 2사 후부터 8회까지 6⅓이닝 2안타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한 것. 8회말 팀 타선이 경기를 뒤집은 데 힘입어 구원승까지 따냈다. 이후 황두성은 6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13일에는 목동 삼성전에서 8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지난해 7월 8일 이후 401일 만의 선발승도 따라왔다. 최근 3경기에서 이닝수를 꾸준히 늘렸고 삼진도 5→8→9개를 잡았다. 종속이 좋은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선발진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13일 경기 후 황두성은 “이제는 어떤 타자와도 붙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고 밝혔고, 김 감독은 “황두성이 선발에서 안정감 있게 던지며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선발진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선수들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전 대부분이 시즌 중 굴곡을 겪었지만 김 감독의 배려 속에 기량을 되찾았다. 강정호와 김수경이 투타에서 대표적인 선수들. 황두성이 13일 선발승을 거둔 뒤 남긴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라는 말은 본인에게나 김 감독에게나 뜻 깊은 한마디가 될 것이다. 13일 경기를 마치고 황두성과 김시진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