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요인에 신경쓰게 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음주 파동으로 인해 선수 자격까지 상실했다가 393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정수근(32. 롯데 자이언츠)이 상대 배터리의 긴장을 자아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정수근은 14일 잠실 LG 트윈스 전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14-11 진땀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그의 주루 센스가 일으킨 파장은 LG 배터리를 긴장시키며 본연의 투구를 어렵게 했다.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근은 누상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상대 선발로 나선 신인 투수 한희(20)의 긴장을 자아냈다. 마스크를 쓴 김태군(20) 또한 데뷔 2년차로 경력이 일천한 포수였기에 프로 15년 차 정수근의 출루는 더 큰 효과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2사 1루서 한희의 2구 째 직구(139km)를 끌어당긴 이대호(27)의 홈런 장면. 이대호의 타격 시 김태군의 오른손은 자신의 미트를 향해 있었다. 볼 카운트 0-1로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직구를 주문한 뒤 이대호가 이를 흘려보내는 즉시 정수근을 저격하려 했던 김태군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바깥쪽과 가운데로 몰린 공에 그대로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타자 중 한 명이다. 가운데로 몰린 직구가 들어오자 이대호는 곧바로 이를 때려냈고 이는 선제 결승 좌월 투런이 되었다. 이대호의 배팅 능력이 가장 큰 수훈이었으나 누상의 정수근이 LG 배터리의 선택지를 좁힌 것이 홈런에까지 이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정수근은 LG가 7-8로 추격한 6회서 과거 박정태(현 롯데 2군 타격코치)의 타격폼을 연상시키는 폼으로 1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터뜨리며 시즌 2타점 째를 올렸다.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바로 다음 장면이었다. 정수근은 후속 조성환(33)의 타석서 스탠드 업 슬라이딩서 훅 슬라이딩으로 재빠르게 자세를 바꿔 2루를 훔치며 센스가 죽지 않았음을 실감케 했다. 자세가 높았다면 자칫 아웃될 수도 있었으나 정수근은 자신의 상체를 지면에 더욱 가깝게 하며 태그를 노린 글러브를 피한 뒤 밑을 파고들어 2루 베이스를 밟았다. 전성 시절 정수근은 슬라이딩 기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주자 중 한 명이었다. 경기 전 건넨, '오랜만이다'라는 인사에 싱긋 웃어보인 정수근은 "아직 컨디션이 80% 정도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힘쓰겠다"라며 활약을 다짐했다. 14일 경기서 상대 배터리를 흔든 정수근의 센스는 '왜 그가 FA 대박 계약까지 체결했던 선수'였는지 알 수 있게 했다. farinelli@osen.co.kr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4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벌어졌다. 6회초 1사 주자 3루 롯데 정수근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날린 후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