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히어로즈 이현승(26)이 이제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나아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목동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한 이현승은 7이닝 6안타(2홈런) 2볼넷 4삼진 3실점의 투구로 시즌 12승째를 따냈다. 4번의 도전 끝에 김광현, 송은범(이상 SK), 릭 구톰슨(KIA)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선두로 뛰어오르게 됐다. 이현승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11승째를 따낸 뒤, 후반기 3경기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SK전 5⅓이닝 2실점, LG전 9이닝 2실점, 한화전 5⅓이닝 2실점으로 분전했으나 팀 타선의 지원을 넉넉하게 받지 못한 탓이었다. 특히 지난 2일 목동 LG전에서는 9이닝 투구를 펼치고도 경기가 연장전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완투를 기록하지 못했다. 조바심이 날 법도 했지만, 이현승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투구를 펼쳤다. 1~2점차 이내의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경기 후반 타선이 폭발한 데 힘입어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날 7회까지 투구수 118개를 기록한 이현승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선두타자로 나선 김현수에게 던진 121구째가 좌중월 솔로 아치로 연결됐다. 바깥쪽 높은 코스에 들어간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은 김현수의 파워 넘치는 타격이었다. 김현수를 마지막으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려던 이현승은 씁쓸한 표정으로 강판 당했다. 이현승은 이 상황에 대해 “(김)현수를 막으려고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전적도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힘이 빠져있었고,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실투가 됐다” 며 아쉬워했다. 최근의 투구 패턴에 대해 “시즌 초반에 직구 위주로 힘을 앞세웠는데, 요즘에는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 사실 오늘(14일)도 힘이 빠져 컨트롤이 잘 안됐고, 체력뿐만 아니라 밸런스도 잘 맞지 않았다” 고 설명한 이현승은 “오늘도 이길 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타자들이 잘 쳐줘서 이길 수 있었다” 며 공을 돌렸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하던 이현승은 “요즘에는 ‘그냥 투수’ 와 에이스의 차이점을 느낀다. 에이스가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승률이 높은 경기라는 인식이 있어 부담이 많다” 라며 자신에게 쏠린 중압감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현승은 “이제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데, 1승을 할 때마다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원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조금 더 힘내서 도와주시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며 감사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