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의 현실이 2009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2002 아시안게임의 극적인 우승 이후 꾸준히 추락하고 있는 현실은 슬프기까지 하다. 한국은 이제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인자가 아니라 중위권 수준으로 전락했다. 일단 지난달 윌리엄 존스컵과 이번 대회를 통해 이란 레바논 요르단에 뒤처졌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레바논과 맞상대한 결과 한국은 선전했지만 그 격차는 분명했다. ▲ KBL의 경쟁력을 국제 무대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가장 아쉬운 일은 자국 리그의 경쟁력을 국제 무대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KBL과 국제 무대의 룰이 다르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정 수비. 공격 농구를 지향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도이지만 국제 무대에는 없는 룰이었고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 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국제농구연맹(FIBA)이 인정한 공인구와 KBL 공인구의 차이도 아쉬웠다. 이번 대회의 공인구 몰텐볼이 KBL의 스타볼과 달리 가볍기 때문에 한국은 장기인 외곽 슛에서 난조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과거에도 수 차례 반복 지적되었던 사실이라는 데 있다. 지금은 은퇴한 전희철 SK 코치는 "언제나 국제 무대에 나가면 공인구의 무게가 달라 슈터들이 고전했다"고 말한 바 있다. ▲ 대표팀 차출의 원칙이 필요해 더군다나 대표팀 차출의 원칙이 없는 것도 한국의 추락을 이끈 원인 중에 하나다. 당장 성적이 중요한 프로팀들이 대표팀 차출을 꺼리면서 대표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 대한농구협회와 KBL의 주도권 싸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만약 12년 만의 세계선수권 진출을 노렸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시행됐던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포함해 대표팀 운영의 전반적인 틀을 잡아야 한다는 소리다. 당장 대표팀에 차출되면 지친 선수들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KBL의 여건 속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아시아 정상권에 복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구 팬들은 화려한 영광의 재현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stylelomo@osen.co.kr FIBA 아시아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