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근우(27)가 부상 중에도 톱타자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정근우는 한화와의 3연전 첫 날인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허벅지에 부상을 안았다. 때문에 정근우는 15일 결장에 이어 16일에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반기 후반 잠시 주춤했지만 후반기 시작부터 지난 14일까지 5할2푼5리의 타율을 기록할 만큼 뜨거운 방망이를 선보이고 있어 아쉬움이 더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3-3으로 팽팽하던 9회 대타로 나와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곧바로 대주자 조동화와 교체되긴 했지만 부상 우려는 물론 최근 상승세의 타격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공격의 포문을 여는 톱타자 본능을 그대로 드러났다. 정근우는 타순에 상관없이 제 몫을 해내는 타자다. 올 시즌 SK에서는 톱타자로 기용돼 박재상과 함께 나란히 테이블 세터진을 이루고 있다. 톱타자의 기본 덕목은 당연히 출루. 주자가 없는 가운데서 뒤에 나올 타자에게 득점 찬스를 열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근우는 영락없는 톱타자감임을 기록으로 증명하고 있다. 17일 현재 시즌 3할5푼1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근우는 롯데 홍성흔(.377) LG 박용택(.356) 두산 김현수(.356)에 이어 타격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전반기 후반 3할2푼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후반기 들면서 3할5푼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9일 군산 KIA전에서 무안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하면서 타율을 쉬지 않고 끌어올렸다. 4할9푼2리로 후반기 최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정근우는 올 시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3할9푼4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홍성흔(.399)에 이어 2위지만 8개 구단 톱타자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여기에 출루율이 4할4푼5리에 이르고(4위), 톱타자답지 않게 장타율도 5할3푼(9위)이다. 후반기 정근우는 주자없는 상황에서 단연 돋보인다. 5할3푼7리의 타율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출루율도 5할9푼6리로 1위를 달려 끊임없이 SK 타자들에게 찬스를 제공하고 있다. 40개를 기록해 LG 이대형(43개)을 위협하고 있는 도루, 김현수를 따돌리고 1위에 올라 있는 최다안타(136개), 77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수치가 이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타석에서의 적극성, 루상에서 보여주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근우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K는 이날 한화에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3연승이 저지됐고 58승 44패 5무로 승률은 5할4푼2리로 떨어졌다. 2위 두산과는 2경기, 1위 KIA와는 4.5경기 정도 뒤쳐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톱타자 본능'을 지닌 정근우가 있어 SK는 여전히 페넌트레이스 1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근우는 "팀이 어려운 만큼 톱타자로 잘해야 된다"며 "전반기가 끝나고 체력보강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이 후반기 좋은 타격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루수는 정해 놓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뛰겠다"면서 "지난 해 2위를 해서 그런지 최다안타왕을 먹고 싶다. 강력한 라이벌은 작년 1위를 차지한 두산 김현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