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의 족쇄를 풀 것인가. 어찌보면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는 한묶음이다. 타이거즈라는 연속성이 있고 한핏줄로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KIA는 해태 타이거즈를 고스란히 인수해 창단한 팀이고 광주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광주에는 굴지의 KIA 자동차의 생산공장이 있기 때문에 지역민과 자연스럽게 밀착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들에게 해태와 KIA는 분명히 나뉜다. 해태는 단순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5.18이라는 비극과 정치적 소외감을 풀어주는 유일한 위안이 됐다. 해태가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9개의 우승트로피를 차지할 때마다 투영되는 모습이었다. 잠실야구장을 뒤덮은 노란풍선과 노란깃발은 해태팬들에게는 지울수 없는 향수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KIA는 다르다. 애증의 대상이었다. 2001년 8월 창단 이후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고 부진한 성적은 아니었다. KIA는 창단 이후 플레이오프 2회, 준플레이오프 2회 등 4번에 걸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최근 3년 사이에 두 차례나 꼴찌를 당했기 때문이다. 해태때는 김응룡 감독이 9번 우승을 하며 18년동안 장기집권했지만 KIA는 벌써 4명이나 사령탑이 바뀌었다. 팬들에게는 얽혀져 풀기힘든 실타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 해태 황금시대를 기억하는 팬들은 KIA와 자꾸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빨간색 해태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KIA로서도 자꾸만 잘나갔던 해태와 비교되니 답답한 심정일 수 밖에 없다. 좋은 성적표를 받은 형님과 비교되는 못난 동생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KIA에게 해태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족쇄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29경기를 남겨놓고 2.5경기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두산, SK의 거센 추격을 받을 것이고 실제로 뒤집힐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직행에 가장 유리한 팀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직행은 우승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광주구장이나 잠실, 문학, 목동 구장은 KIA 팬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KIA 신드롬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제 팬들의 V 염원이 담긴 지지를 받고 있다. 과연 KIA가 창단 첫 우승이자 타이거즈 V10 마지막 퍼즐을 채울 수 있을 지 새삼 주목된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