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86구'와 김경문 감독의 한숨
OSEN 기자
발행 2009.08.19 11: 02

더운 날씨에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그는 올 시즌 자신의 최고 호투를 펼쳤다. 시즌 1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아쉽게 퀄리티 스타트+(7이닝 3실점 이하)에 만족해야 했던 김선우(32.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김선우는 지난 18일 잠실 LG전서 선발로 등판, 2회 무사 1루서 이진영(29)에게 우중월 선제 투런을 내줬을 뿐 특유의 테일링 패스트볼을 선보이며 7이닝 3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부쩍 지친 기색을 보인 후속 투수 임태훈(21)의 난조로 인해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김선우가 7이닝 동안 기록한 투구수는 86개(스트라이크 54개, 볼 32개)로 후속 이닝을 맡겨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김선우를 밀고 나가는 대신 승리 계투 임태훈을 투입했다. 김선우는 지난 5일 마산 롯데 전서 총 114개의 공을 던진 전력도 있었다. 김 감독이 김선우를 이른 시기에 내린 것은 다시 선발진에 대한 믿음이 옅어진 동시에 계투진에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제구 난조 현상을 보인 5선발 및 계투 요원 금민철(23)에 대해 "그렇게 볼을 많이 내줬는데 1점 밖에 안 내줬으니 용하더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5승 1패 평균 자책점 3.86(18일 현재)을 기록 중인 금민철은 8월 첫 선발 2경기서 연속 5이닝 무실점투를 펼치며 좌완 롱릴리프서 5선발급으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 등판이던 16일 목동 히어로즈 전서 3이닝 5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4개) 1실점을 기록한 것이 문제였다. 1점 밖에 내주지 않았으나 이닝 당 내보낸 주자가 3명에 달했다. 김 감독은 금민철의 16일 투구에 대해 "운이 엄청나게 좋았던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금민철에 대한 믿음이 다소 옅어졌다는 것을 암시한 김 감독의 이야기였다. 뒤이어 김 감독은 "크리스 니코스키(36)나 후안 세데뇨(26)도 믿음을 주기는 어렵다. 앞으로 좋아져야 할텐데"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18일 LG전서 3-7로 패하며 선두 KIA와의 격차가 세 게임 반 차로 멀어진 만큼 5선발 체제를 고수하기보다 4선발제를 채택하며 승부처에 내세울 계투 카드를 늘려보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향후 전략임을 알 수 있다. 계투진의 현 상황 또한 좋은 편이 아니기에 김 감독의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KILL 라인'의 맏형 이재우(29)가 지난 17일 휴식 차원서 2군으로 떨어졌고 또다른 중심축 임태훈은 18일 경기서 ⅔이닝 4피안타 3실점하며 무너졌다.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던 정재훈(29)과 김상현(29)은 아직 선발진으로 복귀하기에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선발진 보강 없이 계투진이 약화된 투수진으로 인해 김 감독은 1선발 김선우를 5일 휴식 로테이션보다 더 앞당겨 투입할 수 있도록 86구 째에서 교체했다. 김선우의 '86구 강판'은 앞으로 벌어질 상위권 경쟁의 성패를 걸고 선택한 전략이었기에 선수의 10승 달성이 미뤄졌다는 데 집중하기 보다 두산이 내딛게 될 발걸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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