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항상 새벽 3~4시경 잠에서 깨는 40대 직장여성 J씨. 언제나 묵직하고 뻐근한 허리를 이끌고 출근해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져버리지만, 다음 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 매번 잠을 설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여 온 종일 전신 피로감이 가실 날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통은 물론 생리통과 소화불량, 다리 저림 등의 증상까지 심해져 갔다. 병원에서 꾸준히 약과 주사로 치료받아 보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주변에선 디스크 수술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지만 J씨는 수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망설이던 차에 한의원을 방문해 보았다.
검진 결과 J씨의 상태는 전형적인 신허요통(腎虛腰痛).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다면 만성 신우신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녀가 앓고 있는 신허요통이란 어떤 질환을 말하는 것일까? 김양진 한의학 박사(신명한의원 원장 겸 신명한방임상연구소 소장)는 “한방에서는 요추를 비롯한 뼈및 허리 이하 하체는 신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데 신허(腎虛)란 신장의 기운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신장 기능이 허약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요통도 그 중 하나다. 또 다리가 저리고 시리며 힘이 없거나,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소리가 난다. 이와 함께 소변을 자주 보는 증세가 있으며,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심해졌다면 신허요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남성이 성관계를 과도하게 한 후 요통이 더욱 심해졌다면 신허증이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신허요통은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을 타고 났거나 후천적으로 장기간 병을 앓아 기력을 소진한 경우, 과도한 성관계나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잘못된 자세를 가진 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나는데 방치하게 되면 성장불균형, 체력저하, 발육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J씨와 같은 신허요통 환자들에게는 신허에 초점을 맞춘 요통 치료가 진행된다. 한방에서는 신(腎)과 골(骨)이 유기능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 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주로 신허를 다스리는 데 탁월한 한약을 처방하여 신장에 물을 보충해주게 된다. 수액은 곧 신수(腎水)에 해당하기 때문. 채워진 신수(腎水)는 곧 척수 액 보충으로 이어져 척추부위를 중심으로 한 척수 액의 순환이 원활하게 된다. 이로써 통증을 완화시키고 동시에 노폐물 제거 효과를 가져오며, 척추 주위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약침요법이나 추나요법 등을 개인 병증에 맞게 적절히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김양진 한의학 박사는 “원인을 모른 채 질환에 시달리다 디스크 수술까지 받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통증에 시달리는 신허요통 환자들이 많다. 이런 경우 한방적으로 원인을 찾아 근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신허요통 외에도 체질적으로 습(濕)이 많은 습요통, 타박상이나 교통사고, 이상 분만 후유증 등에 의한 어혈요통, 체액순환 장애로 발생하는 담음요통 등 원인에 따른 갖가지 증상이 있으므로 반드시 이 분야에 임상경험이 많은 한의사와 면밀히 상의하여 치료하는 것이 완치를 위한 지름길이다”고 강조한다.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김양진 한의학 박사 (신명한의원 원장 겸 신명한방임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