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경기 도중에 전술 교체가 잦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자리에 없으면 영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모르겠네요. 귀네슈 감독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
높다란 하늘 위에서도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의 용병술은 빛났다.
귀네슈 감독은 19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컵대회 준결승 1차전에서 매서운 승부수로 서울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귀네슈 감독은 지난 달 22일 인천과 컵대회 8강 2차전에서 데얀의 퇴장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역시 퇴장을 피하지 못하면서 벤치가 아닌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사령탑이 자리를 비운 여파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실제로 서울은 전반 17분까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은 벤치를 비운 상황에서도 빛났다. 김승용을 빼고 이승렬을 조기 투입할 것을 원격 지시한 지 2분 만인 전반 19분 이승렬이 기성용이 올린 크로스를 안데르손에게 연결하며 선제골을 도운 것. 이승렬이 가세하면서 공격의 활력을 찾은 서울은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포항을 압박했다.
포항도 전반 25분 김정겸이 올린 공을 노병준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기록했지만 9분 만에 아디가 포항의 문전 혼전 상황에서 왼발 뒤축으로 밀어 넣으면서 서울은 다시 2-1로 앞서갔다.
당황한 파리아스 감독은 전반 40분 정규리그 전북전에서 쓰기 위해 아끼던 황재원을 교체 투입했을 뿐만 아니라 후반 들어 바그너와 송창호를 잇달아 투입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아디의 결승골을 잘 지킨 서울이 2-1로 승리하면서 오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치르는 2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의 명승부는 개운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포항 측은 전반 34분 아디의 결승골이 오프사이드라고 주장하면서 전반 32분 이승렬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것에 대한 보상 판정이 아니냐는 아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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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슈 감독이 스카이박스에서 통역과 함께 관전하고 있다. /상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