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상반기 최고 히트작 영화 '추격자'를 통해 충무로의 티켓 파워로 우뚝 선 배우 하정우의 뒤를 이을 섬뜩한 '살인자'는 누가 될까?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달군 여름 극장가가 지나가면, 하반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와중에 '스릴러' 장르의 강세와 남자 배우들의 파격적 연기 변신이 눈에 띈다.
장근석은 1997년 일어난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홍기선 감독, 선필름 제작, 장근석 정진영 신승환 오광록 주연)에서 냉정함과 평정함을 잃지 않는 살인 용의자 피어슨 역을 맡아 이미지를 변신한다.
극중 장근석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진실을 감춘듯한 모호한 미소와 분노에 휩싸인 눈빛이 이중적으로 맞물린 강렬한 이미지의 살인 용의자를 보여줄 예정이다. 단순한 악역으로서의 단면적인 모습이 아닌, 침착한 모습 뒤에 숨겨진 폭력성, 그 다면적 모습의 살인 용의자로 도발적인 변신을 꾀한다.
뚜렷한 개성과 스타일, 본능적인 연기 감각으로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 온 류승범은 영화 '용서는 없다'(김형준 감독, 시네마서비스 제작, 설경구 류승범 주연)에서 생애 처음 살인마 연기에 도전한다.
'용서는 없다'는 정통 스릴러 특유의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주목 받고 있는 영화로 류승범은 극중 약하고 부드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어둡고 일그러진 내면을 간직한 살인마 이성호로 분한다.
20대 여인 토막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젊은 환경운동가 이성호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당당하게 진술해 수사진을 당황하게 한다는 점에서 '추격자'의 살인마 지영민 역의 하정우를 연상케 한다.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의 이성호가 어떻게 잔인한 살인마로 돌변하는지가 극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며, 부검의이자 법의학 교수로 분한 설경구와의 연기 대결과 시너지 효과도 관전 포인트다.
류승범은 극중 무심한 듯 담담한 태도와 순간 순간 비치는 섬뜩함을 미묘하게 그려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렬한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 제작 관계자는 전했다.
고수는 일본의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백야행'에서 감정을 쉽게 보이지 않는 고독한 살인자 요한 역을 맡아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극중 요한은 과거의 잔혹한 운명을 뒤로 하고 홀로 막장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과거를 캐내려는 이들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강하고 거친남자다.
착하고 바른 이미지가 돋보이는 고수가 이번 '백야행'을 통해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강하고 거친 남성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하정우는 내년 개봉되는 '황해'에서 '추격자'와는 또 다른 살인자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고, 안내상은 현재 기획 중인 영화 '닥터'에서 여자들을 죽이는 섬뜩한 사이코패스 의사를 연기한다.
최근 외국이나 한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살인자는 보통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이자 도덕 불감증 환자로 정의되는 사이코패스로 그려지는 경향이 많았다.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중요치 않고, 냉혹하고 잔인하게 사람들을 해치는 인물은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획일화되지 않은 좀 더 다양한 면모를 지닌 '살인자'들이 스릴러 속에서 그려진다. 또 장근석, 류승범, 고수 등 남자스타들이 이전과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가능성을 보여준 다는 것도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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