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을 쫓는 자들의 슬픈 자화상, 연극 ‘유리 동물원’…내달 2일부터
OSEN 기자
발행 2009.08.20 11: 23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환상을 쫓는 자들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로 유명한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의 초기 대표작인 연극 ‘유리동물원’이 9월 2일부터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연약한 환상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유리알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1920년대 공황기를 맞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어느 가정이나 2009년 경제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두 도시의 소시민들을 지배하고 있는 환상은 환상에 빠져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그 환상을 깨트리는 사람, 환상에서 도망치려는 사람 등 다양한 군상을 만들어 낸다. ‘유리동물원’은 2007, 2008년에 이어 극단 원형무대(대표 홍인표)가 세 번째로 준비하는 작품이다. 극은 해설자로 등장하는 아들 톰의 회상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과 허황된 꿈에 집착하는 어머니 아만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불구이고 현실을 두려워하며 어머니와 같이 환상에 갇혀 있는 누이 로라. 로라는 유리로 만든 동물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어느 날 톰의 친구이자 로라의 약혼자로 점 찍어 두었던 짐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지만 바로 그날, 로라는 짐과 함께 춤을 추다 가장 아끼던 유니콘을 떨어뜨리고 만다. 유리로 만들어졌기에 유니콘은 그만 뿔이 부러져 버리고, 그와 동시에 짐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실을 알고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허우적대는 로라와 아만다를 버리고 톰은 자신만을 위한 선원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유리동물이었음을 깨닫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관객을 향해 고백성사를 하듯 토해낸다. 이것이 톰에게는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며 죄의식에 대한 치유이다. 유리동물은 추억이라는 환상 속에서만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로 인해 냉혹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을 상징한다. 로라와 아만다는 동시에 유리동물이고 그들이 존재하는 추억의 공간은 바로 유리동물원이 된다. 극단 원형무대는 원작 특유의 상징성을 압축적인 무대 구성과 유리동물인 유니콘의 신체적 움직임, 그리고 음악, 조명 등을 통해 그들만의 색깔로 표현해 낸다. 극단 원형무대의 홍인표 연출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추억의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죄의식이 공존하는 절제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사실주의적 표현을 지양하고 톰을 통한 추억극의 양식을 극대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지난 해에 이어 아만다 역에는 배우 이원희, 로라 역에는 배우 서경화, 짐 역에는 배우 유학승이 출연하고, 톰 역에는 극단 연우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배우 정인겸이 새롭게 출연한다. 문의 02)733-5004.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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