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는 소통의 기술?
OSEN 기자
발행 2009.08.20 15: 30

#에피소드 하나 지난 13일 방송된 MBC ‘태희혜교지현이’(태혜지)에선 아줌마들의 뒷담화를 코믹하게 다뤘다. 미선과 희정은 동네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낙으로 삼으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서로를 씹어댔다는 사실이 들통 나며 대판 싸우게 된다. 결국 폭로전으로 치닫게 돼 모든 뒷담화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돼 동네 여자들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곤욕을 치르고 만다. 그러나 촉새 같은 입놀림으로 된통 혼쭐이 난 그들은 이제 정신을 차릴 만도 한데 도리어 자신들을 이해 못하는 이들을 비아냥대며 또다시 뒷담화에 빠져든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뒷담화의 중독인가? #에피소드 둘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2집 ‘하이 소사이어티’ 수록곡 ‘뒷담화’는 최근 청소년 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았다. 사실 ‘뒷담화’는 화제를 모은 곡이다. 35초 동안 계속되는 욕설은 기폭제가 됐다. 에픽하이는 6분47초의 긴 노래 속에 자신들에게 쏟아졌던 무수한 뒷담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론하고 비판했다. ‘뒷담화’의 코러스는 이를 잘 웅변한다. “아주 기묘한 이야기 뒷담화는 묻어 저승까지/ 아주 위험한 이야기 됫담까단 죽어 저승가지/ 셧업! 누가 뭐래도 내 멋대로 말한다 / 셧업! 누가 뭐래도 내 뜻대로 살아가….” 실로 뒷담화는 일일 시트콤 드라마의 소재로, 그리고 유명 힙합그룹의 노래로 등장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네의 일상사가 됐다. 그것은 어느 한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네 아줌마부터 음악 팬과 비평가 그룹까지 총망라한다. 직장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최근 한국과 미국 직장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직장동료 험담 경험’에 관한 조사결과 80.2%의 한국 직장인이 험담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22.1%의 미국인보다 약 4배 많게 험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의 젊은 직장인들 중 절반이상(62.6%)이 사내연애 경험이 있으나 47.4%가 ‘끝까지 숨겼다’고 답한다. 그 이유로 ‘남들의 뒷담화가 싫어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뒷담화에 대한 무서움이다. 둘 이상만 모이면 남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칭찬이나 미담보다는 비난이나 험담할 때가 많다. 왜 우리는 뒷담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직장인의 고통과 슬픔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직장인 자기계발서 ‘하루테크’는 이렇게 적고 있다. “누가 뒷담화를 욕하는가. 실로 뒷담화는 타인과 접속하고 완전 소통하는 ‘로그인’ 역할을 한다. 남에 대한 내밀한 교감, 더 나아가 사적인 비밀의 공유는 관계 유착의 핵심이며 팀워크의 실체다. 남몰래 내통해 누군가를 함께 씹는 것만큼 강한 응집력과 결속력을 갖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뒷담화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이 된지 오래다.” 심리학자들은 “조직 심리학적으로 뒷말은 공유하는 대상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자신이 처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면서 정서적 유대감이 주는 안정감에서 뒷담화가 성행하는 원인을 찾는다. 자고로 누구나 남 앞에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 욕을 자주 하는 이는 언제 내게도 총구를 겨눌 수 있어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교과서 밖의 우리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령 자신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더라도 모임이나 집단의 일방적인 분위기에 끌려 다니다보면 쉽게 휩쓸리고 마는 것이다. 하루테크의 저자인 최문열은 “한국과 미국 직장인이 다른 이유는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집단주의 문화인 우리는 집단을 앞세우며 내편 네편으로 나누는 끼리끼리 문화에 젖어 있다 보니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뒷담화 기술을 적당히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남 이야기, 특히 뒷담화에 중독되다보면 ‘자신’이 아닌 ‘타인’ 중심으로 살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인간성마저 서서히 파괴되는 등 개인의 삶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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