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3총사가 오랜만에 동시다발적으로 위력을 내뿜었다. 두산 베어스 득점 공식에 필수 요소 중 하나인 '고종수 트리오'가 7타점을 합작하며 타선의 위력을 높였다. 아쉽게 축구계를 떠난 '천재' 고종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영민(25)-이'종'욱(29)-김현'수'(21)로 이어진 두산의 1~3번 타순은 지난 20일 잠실 LG전서 총 8안타 7타점을 쏟아부으며 팀의 12-3 대승을 이끄는 동시에 최근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지난해 두산 야구의 키워드 중 하나는 이종욱-고영민-김현수가 번갈아가며 '밥상'을 차려놓거나 직접 섭취하는 형태였다.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4번 타자 김동주(33)의 앞에 포진한 1~3번 타순은 이종욱-고영민의 빠른 발과 김현수의 정확성이 어우러져 커다란 파급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막내 김현수만이 제 역할을 했을 뿐, 이종욱과 고영민이 부상과 컨디션 부조 현상을 잇달아 겪으며 김경문 감독의 작전 전개를 어렵게 했다. 특히 이종욱의 경우는 지난 6월 2일 광주 KIA전서 불의의 턱관절 골절상을 입으며 상당 기간 결장했다. 4년차 민병헌(22)과 신인 정수빈(19)이 그 공백을 잘 메웠으나 이종욱의 확실한 대안이 되어주지는 못한 것이 사실. 여러 번의 변신을 꾀했으나 시즌 초부터 제 역할을 펼치지 못했던 고영민은 타격감이 올라가던 순간 오른 발목 부상이 겹치며 불운의 터널 속을 배회했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 잇단 발목 부상 이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이종욱 또한 실전 감각이 부족해서인지 플라이볼을 양산하는 스윙에 급급했다"라며 아쉬움을 비췄다. 90년대부터 베어스와 함께 해왔던, 야구인 출신 김태룡 두산 운영홍보부문 이사의 견해 또한 김 감독과 같았다. 그러나 20일 LG전은 달랐다. 시즌 내내 김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하며 '외야 전향설'까지 야기했던 고영민은 주전 선수라는 책임감을 경기력으로 발휘하며 3-3으로 맞선 7회 1사 3루서 1타점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20일 경기 성적은 5타수 2안타 1타점. "3루에 주자가 나갔을 당시 한 점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아 볼카운트 1-3에서 무조건 때려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초반 두 타석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더욱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그것도 팀의 연패를 끊는 타점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종욱도 이날 경기서 5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리며 결정적인 순간 불을 당겼다. 상대 선발 한희(20)가 빠른 공보다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펼친 것을 지켜본 뒤 히팅 타이밍을 뒤로 맞춰놓은 것이 주효했다. "변화구가 많아 배트에 맞는 시점을 뒤로 미뤄놓은 것이 2개의 중전 안타로 연결되었다. 현 시점서 개인 성적에 초점을 맞춰 뛰기는 어려워진 만큼 팀의 승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왼쪽 쇄골 통증, 감기 몸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올 시즌 전 경기(106경기, 20일 현재) 출장과 맹활약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는 김현수는 4타수 3안타 3타점을 작렬했다. 타격폼의 기본 골자는 그대로 둔 채 약간씩 변화를 주며 또 하나의 성장을 꾀하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 하다. 특히 8월 들어 김현수의 삼진 당 볼넷(BB/K) 비율은 2.75(11볼넷/4삼진)로 탁월하다. 달마다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수는 자신의 선구안이 한 단계 더 나아졌음을 기록으로 증명 중이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상황서 훈련 대신 휴식을 제공한 코칭스태프에 감사한다. 7회 2타점 쐐기 3루타의 경우는 상대의 변화구를 노린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동시다발적으로 활약을 펼치는 일이 드물었던 '고-종-수 라인'. 최근 3연패로 주춤하며 선두 KIA와 멀어지는 동시에 3위 SK에 덜미를 잡힐 뻔 했던 두산을 구한 3인방이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뜨거운 화력을 내뿜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고영민-이종욱-김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