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가 한국 영화 중 다섯 번째로 '1000만 관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23일 아침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해운대'는 22일부터 23일 새벽까지 전국서 19만 8255명을 모아 누적관객 978만 5200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23일이나 늦어도 24일 오전 중에는 100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
그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들은 '괴물'(1301만), '왕의 남자'(1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실미도'(1108만)다. '해운대'는 다섯 번째로 1000만 신화를 이뤄내며 새로운 한국영화 흥행사를 수립한다.
- 윤제균, 3류 코미디 감독서 '1000만 감독' 우뚝
한 때는 '3류 코미디 감독'으로 불렸던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를 통해 1000만 관객을 모은 '국민 감독'으로 우뚝 섰다.
할리우드와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으로 그들의 영화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윤제균 감독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지게 됐다.
윤 감독은 다른 '1000만 영화'의 감독들인 봉준호, 강우석, 강제규 등과 같은 흥행 보증 수표 감독이 아니었다.
2001년 감독 데뷔작인 '두사부일체'에 이어 2002년 '색즉시공'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코미디 감독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으나 2003년 야심차게 선보인 '낭만자객'의 흥행 참패는 그에게 '3류 코미디 감독'이라는 오명을 안기고 말았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을 성공을 기억하는 이들도 작품성 면에서는 크게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언론과 관객 모두가 등을 돌린 뒤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윤 감독에게 영화 '색즉시공'을 함께했던 배우 하지원이 손을 내밀었고, 시련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간 윤 감독은 2007년 휴머니즘과 감동에 호소한 '1번가의 기적'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어 코미디 감독으로 낙인찍혔던 윤 감독은 '해운대'를 통해 가능성을 펼쳐보였다.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서의 용기와 도전, 그리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한 윤 감독은 "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 감독의 대열에 합류하게 돼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해운대'가 내 영화감독 인생의 정점이 아닌 출발이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첫 1000만 만들어낸 CJ 엔터테인먼트
'해운대'의 공동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존심'을 세우고 명예를 얻었다.
CJ는 국내 최대 배급사란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그간 1000만 관객의 영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라이벌이라고 여겨지는 쇼박스가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로 경이로운 한국영화 흥행사를 썼고, 또 다른 배급사 시네마서비스가 '왕의 남자', '실미도'로 1000만을 달성했지만 CJ는 그간 한 번도 1000만 관객의 축포를 쏘아올이지 못했다.
하지만 '해운대'가 당초 많으면 700만명 정도로 예상된 관객이 1000만명으로 늘어나는 예상치 못한 대박을 치자 CJ 역시 갑작스런 행운을 거머쥐며 진정한 1위로서의 자존심을 살리게 됐다.
CJ는 제작사 발표 기준 순제작비 130억원이 든 '해운대'에서 JK필름과 공동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메인 투자자로 나섰다. 이번 영화의 투자, 제작, 배급 등 전 과정에 참여한 CJ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설경구 1000만 신화 두 번째, 하지원 첫 여주인공 영광
설경구는 '해운대'로 '실미도' 이후 한국영화 1000만 신화의 주인공으로 그 두 번째 영광을 안게 됐다. 연기파 배우란 타이틀과 동시에 단단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하지원은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그간의 1000만 관객 영화들에서 눈에 띄는 여주인공이 없었던 반면, '해운대'에서는 극의 중심 축을 이루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하지원은 이로써 남자배우 중심인 한국영화 흥행사에 여주인공으로서 첫 1000만 관객을 이뤄낸 여배우가 됐다.
- 김인권·이민기, 조연 아닌 흥행 주역
설경구, 하지원 두 주연 배우 외에도 김인권과 이민기는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인기를 얻었다. 영화를 보고 난 대부분 관객들은 열혈 순수남 이민기와 꼴통 건달 김인권, 두 명의 명품 조연이 이 영화를 빛냈다고 호평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해 온 김인권은 선과 악을 혼합한 듯한 이중적 매력의 캐릭터를 맛깔나고 구수하게 표현해냈고, 청춘스타 이민기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얼굴 표정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가장 자극했다. 박중훈이 "개봉 전에는 무대 인사를 하면 내가 먹혔는데, 개봉하고 나니 관객들이 김인권과 이민기에 열광하더라"고 농담 섞인 말을 전한 것처럼 김인권과 이민기는 이 영화의 조연 아닌 흥행 주역이다.
'해운대'의 배우들은 아쉽게도(?)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돈보다 귀중한 명예와 얻었다. 윤제균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너스를 지급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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