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 테이블 세터진에 변화가 있었다. 올 시즌 SK 테이블 세터진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근우-박재상 27살 동갑내기로 짜여졌다. 사실상의 붙박이 1, 2번을 구성했던 셈. 그러나 12일(문학 LG전) 박재상-정근우로 약간의 변화가 있더니 13일(문학 LG전)에는 정근우-김강민으로 바뀌었다. 박재상은 중심타선인 3번에 자리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부터는 나주환의 가세로 본격적인 새로운 조합이 탄생했다. 나주환이 2번으로 톱타자 정근우의 뒤를 받치고 박재상이 3번타자로 나서는 모양새였다. 15~16일(대전 한화전)은 정근우의 허벅지 부상 때문에 박재상과 나주환이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했지만 18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3일간의 롯데전과 21일 문학 KIA전까지 이 정근우-나주환-박재상 체제는 계속됐다. SK 쇼다 고조(47) SK 타격코치는 이런 테이블 세터진의 변화에 대해 세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마땅한 3번 타자가 없다는 것. 쇼다 코치는 주로 하위타선에 기용되던 나주환을 계속 2번타자로 기용하는 이유를 묻자 "3번 타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주환이 2번타자로 올랐다기 보다 박재상이 3번타자 역할을 맡는 과정에서 온 공백을 나주환이 메운 것이다. 3번의 역할은 앞에 나간 주자들의 타점을 불러들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재상은 22일 현재 팀내 타점 1위(66타점)라는 점에서 제격이다. 게다가 박재상은 롯데와의 3연전에서 연타석 홈런 포함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쇼다 코치는 "박재상은 미래 3번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쇼다 코치는 나주환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2번타자로서 야구에 대한 센스가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톱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그에 따른 순간적인 타격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루를 할 때는 볼카운트 2-0이라도 배트를 휘둘러 포수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어야 하고 앞 주자를 살리기 위해 우중간 쪽으로 공을 쳐낼 수 있어야 한다. 또 2번타자는 2할대 후반에서 3할대가 가능한 타자여야 한다. 작년 후반기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나주환은 여전히 2할8푼5리의 타율로 괜찮다. 출루율도 3할5푼5리로 나쁘지 않은 편이며 7년차인 올해 자신의 각종 기록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희생타도 팀내 가장 많은 20개를 날렸다. 마지막으로 팀워크 차원이다. 나주환은 유격수로 활약하며 2루수인 정근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다. 수비에서는 눈빛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공격을 통해서 나타나길 바란다. 쇼다 코치는 "선수로 활약할 때 느꼈던 것"이라며 "톱타자가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2루수 정근우라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나주환과 정근우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나주환은 "근우형 때문에 좀처럼 타율을 올릴 수 없다. 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2루까지 출루시켜야 하기 때문에 내 스윙을 할 수 없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앞 주자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팀 배팅을 위해 밀어치려고 노력한다. 타석에 서있으면 근우형이 뛰려는게 보인다. 그럴 때는 치기 좋은 공이 와도 일부러 헛방망이를 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근우는 "톱타자라는 점에서 재상이든 주환이든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나주환과 재상이가 나란히 내 뒤를 받쳐준다는 생각에 타석에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아니라도 뒤에서 출루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2일 SK 문학 KIA전에서 정근우-박재상 체제로 다시 가동했다. 그러고도 4-11로 대패, 3연승 후 연패에 빠졌다. 과연 SK 테이블 세터진의 변화가 일시적인 테스트에 그칠 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