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KIA와 박경완의 SK가 1년의 시차를 두고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올해 KIA는 SK에 강하다. 지금까지 17경기에서 10승5패2무의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후반기에서는 한번도 패하지 않고 있다. 전반기를 포함한다면 6연승 행진중이다. 3연패를 노리는 SK가 KIA의 벽에 가로막혔다. SK는 선두 KIA와 6경기차로 벌어졌고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은 쉽지 않게 됐다. 그런데 지난 해는 SK가 KIA에 강했다. KIA가 SK를 상대로 거둔 승수는 단 4승이었다. SK는 개막부터 KIA를 상대로 8연승을 거두었다. SK 독주의 일등공신은 KIA였다. 거꾸로 KIA는 4강패퇴의 원인이 됐다. KIA에게는 올시즌과 극단적으로 대비된 트래직 시즌이었다. 천적관계가 뒤바뀐 이유는 많다. 지난 해 SK는 투수력이 월등히 좋았고 KIA의 마운드는 일찌감치 붕괴됐다. 그러나 올해는 KIA 선발진이 업계 최강이고 SK는 선발진이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해 SK 공격력은 무서웠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었다. 올해 KIA 타선은 뜨거워졌다. 홈런으로 승부를 내는 거포군단이 됐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주전포수의 공백이다. 지난 해 KIA는 4월10일 주전포수 김상훈이 발목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그것도 SK와의 광주경기에서 홈에 들어오다 박경완의 블로킹을 피하려다 발목에 중대한 부상을 당했다. 이후 KIA의 SK전 성적은 비참할 정도였고 시즌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박경완이 변을 당했다. 지난 6월24일 광주 KIA전에서 1루베이스를 돌다 발목이 삐긋했고 아킬레스건 파열상을 당했다. 그때까지 5승1무4패로 SK가 앞섰지만 박경완 없는 다음날부터 KIA에게 6연패를 당했다. 특히 KIA는 박경완 없는 SK를 상대로 6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날렸고 경기당 7점을 뽑았다. 그런데 박경완 부상 이전 11경기에서 35득점에 그쳤다. 모든 것이 박경완 부재 때문은 아니겠지만 눈에 띠게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KIA 마운드는 SK와의 17경기에서 57자책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채 4점이 되지 않는다. 워낙 투수들이 좋아진 점도 있지만 이들을 리드한 김상훈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올해 10년째 포수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볼배합과 타자 심리를 읽는 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박경완의 공백과 김상훈의 진화가 뒤바뀐 천적 관계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상훈에게 박경완은 넘기 힘든 높은 산이다. 박경완은 한국시리즈 31경기에 출전해 4번이나 우승시켰다. 김상훈은 단 한 경기도 출전 못했다. 박경완의 황제 자리는 강고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는 박경완 있는 SK가 강하듯 김상훈 있는 KIA도 강하다는 점이다. sunny@osen.co.kr 왼쪽부터 김상훈 박경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