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주저앉지는 않는다'. 한화 이글스가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사실상 4강 진출이 좌절된 것은 물론 최하위를 벗어나기 힘든 한화다. 최근 팀분위기마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35승 71패 3무로 승률은 겨우 3할대(0.321)에 머물러 있고 7위 LG와도 12경기차로 벌어져 있는 상태다. 코칭스태프의 변화와 더불어 정민철, 송진우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좀처럼 정상적인 모습을 찾지 못했다. 한화는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5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이끌었다. 한화가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이끈 것은 지난 7월 3~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전 이후 처음이다. 조금씩 안정적인 전력을 꾸려가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단 타선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 SK전에서 11안타를 몰아친 한화는 22일 4안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6경기 중 5경기에서 두자리수 안타를 터뜨렸다. 더구나 6경기 동안 모두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 기간 동안만 11개의 홈런을 쏟아내 다이너마이트 타선다운 위력을 되찾았다. 이범호도 23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결승포를 날린 후 "약간 높게 몰렸고 최근 컨디션이 좋아 짧게 친 것이 홈런으로 연결됐다"면서도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데 대해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결국 선수들도 조금씩 원래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이기려는 의지를 다시 되찾았다는 것을 설명했다. 더구나 시즌내내 불안하던 마무리 토마스가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6월 5일 대전 SK전 이후 79일만에 거둔 세이브다. 팀으로서도 6월 19일 목동 히어로즈전(양훈 세이브)이후 65일만에 맛본 세이브다. 팀 통산 700세이브라는 기쁨보다는 마운드 안정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고춧가루 부대가 될 것이라 믿었던 한화였지만 기대와는 어긋났다. 때문에 '한화를 먼저 만나는 팀이 더 유리하다', '한화와 남겨둔 경기수가 많은 팀이 더 좋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한화는 오는 25일부터 광주에서 선두 KIA와 만난다. KIA는 21~23일 문학 SK전을 싹쓸이하며 독주모드에 진입했다. 2위 두산(61승 46패 2무)을 4경기차로 멀리 밀어냈다. 그러나 한화에 발목이 잡힌다면 다시 마음을 졸여야 한다. KIA는 3연전 외에 아직 한화와 2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한화가 고춧가루 부대가 된다면 4경기가 남은 두산, 3경기를 남겨둔 삼성도 껄끄러워진다. 4강 진입에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히어로즈는 이미 되찾은 한화의 위력을 본 만큼 남은 4경기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과연 한화의 부활이 순위 경쟁의 변수로 작용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