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의 섹시 가수 손담비가 본격적인 연기자 데뷔에서 쓴 잔을 마시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드림'에서 주연을 맡은 그녀는 애국가 시청률로 악몽을 꾸는 중이다. 손담비의 이번 연기 데뷔에는 악재가 여러 개 겹쳤다. 첫 번째는 경쟁 드라마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다. 시청률 40%를 넘어선 MBC 인기 사극 '선덕여왕'을 후발 주자로 상대하자니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나 다름없다. AGB닐슨 집계 결과 25일 '드림'의 전국 시청률은 4.8%로 '선덕여왕' 41%에 무려 36.2% 포인트 차로 뒤졌다. 두 드라마 간의 시청률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건 '선덕여왕'의 힘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4.8.% 성적 자체가 큰 문제다. 사극을 싫어하는 젊은 층 등 틈새 시장 확보조차 실패한 것 아니냐는 게 방송가의 지적이다. 두 번째는 연기력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들 수 있다. 드라마 초반에는 '도대체 손담비는 왜 출연한 거냐' '여주인공(손담비)이 너무 뻣뻣하게 연기하고 대사를 하니 드라마의 재미가 반감된다' 등의 연기력 비난이 쏟아졌다. 별다른 준비 없이 덜컥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나서면서 빚어지게 된 결과다. 감정이 고조되야할 장면에서 국어책 읽듯 대사를 하고 표정 변화를 주지 못했던 손담비의 연기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진모와 김범,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드림'의 이야기 꽃을 만개시켜야할 여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아직 2% 부족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세 째는 자신의 육체적 매력에 우선적으로 기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손담비는 이후 열정적인 댄스 곡 두 개를 연속으로 히트시켰다. 늘씬한 팔등신 몸매와 고혹적인 미모가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드라마 출연에서도 손담비는 같은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드라마 속 짧은 트레이닝 반바지 차림의 그녀는 태보 강사 역할까지 맡아서 몸매 노출이 많은 편이다. 극 초반 그녀의 등장 장면 상당수는 CF 스타일의 자극적 영상으로만 연결되기도 했다. 이같은 악재들은 연기자 손담비의 앞날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수 때의 이미지를 연기자로도 그대로 차용해던 겸업 연예인 가운데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 최근 배우 겸업을 선언하는 가수들이 부쩍 늘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력 기본을 쌓지 못한 이들의 중도 탈락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드림'으로 화려한 연기 데뷔를 꿈꿨던 손담비가 어떤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