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의 연기력 논란이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양상이다. 선머슴 덕만일 때 비난을 받았던 그녀가 공주 신분을 밝히고 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올 여름 TV 드라마 시장의 최고 이슈는 단연 MBC 특별기획 ‘선덕여왕’이다. 마의 시청률 40% 능선을 넘어 꿈의 50% 정상를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덕여왕'의 주인공은 당연히 선덕여왕이 될 이요원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전까지 현실이나 극중 사정이나 모두 이요원에게는 녹록치 않았다. 시청자 여론이 선덕여왕의 극중 영원한 맞수 미실 역 고현정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동안에 덕만 역 이요원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극중 미실에 쫓겨 목숨이 간댕간댕 하는 것도 부족해 현실에서는 연기력 논란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남지현이 기대 이상으로 열연을 펼쳤던 것도 이요원에게 한 때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고현정의 카리스마 연기에 거의 대등할 정도의 맞불 연기를 지폈던 남지현에 비해 이요원의 캐릭터 몰입력이 떨어진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화랑 덕만을 연기할 때의 이요원은 어딘지 엉성하고 어설프게 우왕좌왕 했던 게 사실이다. 악녀 고현정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바랐던 시청자들 눈에는 이요원의 연기력 부족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을 만큼, 당시 덕만은 곧잘 흥분해서 악을 쓰거나 자기 감정에 눈물을 흘리는 울보 10대에 불과했다. 그런 덕만의 변신은 지난 주 '선덕여왕'에서 예고됐다. 언니인 천명공주의 죽음을 계기로 자아와 의무, 그리고 운명에 눈 뜬 덕만은 이번 주 여인이자 공주로 탈바꿈했고 타고난 재기까지 과시했다. 상대를 통찰하는 미실과의 수 읽기 한 판 싸움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25일 방송분에서는 덕만공주의 매력이 한껏 살아났고 이는 이요원 연기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요원 연기력 논란은 캐릭터를 따라 움직인 셈이다. 연기력 논란이 한창일 때 이요원이 "덕만은 아직 미실을 상대하기에 어리고 어리숙하다"고 답변했던 것처럼, 그녀는 극의 흐름에 따라 그때 그때의 덕만을 실감나게 연기한다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요원은 ‘선덕여왕’의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승마, 검술, 무술 등 여러 가지 트레이닝을 받았다. “힘들고 정신이 없지만 노력하고 고생하는 만큼 준비하고 촬영에 임하면 좋은 결과와 더불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또 “여자 배우로서 여성에 초점이 맞춰진 사극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선덕여왕’ 역시 좋은 작품으로 남아서 앞으로 다른 작품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진감래, 고생 끝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게 요즘 이요원이다. mcgwri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