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우리가 너무 친절한 겁니까". 포항 스틸러스가 26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FC 서울과 컵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 의외의 조치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2일 인천과 컵대회 8강 2차전에서 데얀의 퇴장에 항의하다 쫓겨나면서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된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에게 한 칸밖에 없는 스카이박스를 제공한 것. 지난 19일 1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스틸야드에는 스카이박스가 없다. 이번에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어떤 협조도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관계자는 "포항 측에서 먼저 두 가지 제안을 해왔다. 하나는 본부석의 자리였고 또 하나는 위쪽의 스카이박스였다. 귀네슈 감독이 독립된 공간을 원해 스카이박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명희 단장은 "이거 우리가 너무 친절한 겁니까"라고 되물으며 "분명히 지면 안 되는 경기이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손님에게 박하게 굴 수는 없다"고 후한 협조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의 친절은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만약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이 재현됐다면 포항 팬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후반 들어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낸 포항이 5골을 몰아치면서 5-2로 승리, 결승행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포항으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순간이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