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의 골잡이 노병준(30)이 진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슬픔의 눈물은 아니었다. 생애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환희의 눈물이었다. 노병준은 26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FC 서울과 컵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맹활약 속에 포항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포항은 노병준의 가공할 만한 득점 속에 1, 2차전 합계 6-4로 컵대회 결승행 티켓을 쥐는 기쁨도 누렸다. 이날 노병준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 것은 포항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득점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1차전에서 만회골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이끌지 못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노병준은 서울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1분 신형민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헤딩골로 만들어내더니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 한 골이 절실하던 후반 40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승부에 쇄기를 박는 추가골을 기록했다. 경기 막바지에 터트린 세 번째 골은 서울의 마지막 희망을 꺾는 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다. 출범한 지 27년이 된 K리그 역대 통산 100번째 해트트릭이기도 했다. 이런 자신의 활약도 노병준도 만족했다. 더 이상 뛰기는 커녕 서 있기도 힘든 몸으로 골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던 노병준은 "세 번째 골을 터트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프로에 입문해 한 경기에 두 골을 터트린 경험은 있지만 해트트릭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노병준의 해트트릭에 눈물을 흘린 것은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 노병준은 "해트트릭을 터트리고 관중석을 쳐다보니 아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 만나서 이야기는 못했지만 아내와 나는 같은 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병준은 해트트릭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노병준 개인에게 뜻 깊은 경험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속팀 포항에게는 갈 길이 멀었기 때문이다. 노병준은 "파리아스 감독님이 트레블을 노린다고 하셨다. 선수인 나 또한 그 목표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