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는 여전히 가시권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SK는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카도쿠라의 6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7-2로 완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연승을 달린 3위 SK는 시즌 승률을 5할4푼8리(63승 47패 5무)로 끌어올려 5할5푼(61승 48패 2무)으로 떨어진 2위 두산에 게임차 없는 2리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6할에서 조금 떨어진 5할9푼8리의 승률을 기록한 선두 KIA(67승 41패 4무)와도 5.5경기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힘겹지만 여전히 선두가 가시권에 있는 셈이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페넌트레이스인 만큼 여전히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에 대한 희망을 넘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카도쿠라 켄(36)과 게리 글로버(33)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부활한 덕분이다.
카도쿠라는 첫 두 경기(한화, 롯데)에서 각각 7이닝 2실점(비자책), 6⅔이닝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쳐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널뛰기 피칭이 계속됐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덩달아 체력적인 문제까지 노출했다. 결국 전반기를 5.56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조금씩 안정세로 돌아서더니 최근 세 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져 믿음을 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베테랑 투수답게 위기관리 능력이 되살아났다.
글로버도 역시 마찬가지. 크리스 니코스키(36, 두산)의 대체 용병으로 한국에 입성한 글로버는 첫 두 경기(LG, 한화)에서 각각 5⅓이닝 2실점(1자책), 6이닝 무실점을 기록, 위력적인 투구로 연승을 따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이 "처음에 글로버를 봤을 때 '아, SK가 우승하는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그렇지만 글로버는 이후 등판한 5경기에서 3연패에 빠지는 등 내용면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투구 밸런스가 조금씩 무너졌고 난타를 당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호투로 이 문제를 극복했음이 증명됐다.
글로버는 최근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2승을 수확했다.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2실점한 후 14일 대전 한화전(8이닝 무실점), 19일 사직 롯데전(7이닝 1실점), 25일 문학 두산전(8이닝 2실점 1자책)까지 선발로서 나무랄데가 없었다.
두 외국인 투수의 부활은 시즌 전 김성근 SK 감독이 구상한 계획과 맞아떨어진다. 김 감독은 시즌에 앞서 외국인 투수 마이크 존슨과 크리스 니코스키를 보면서 "저 두 명이 잘해줘야 우리 선발진이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국내 선발 투수들의 어깨에 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고 중간 불펜투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과 니코스키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팀을 떠났고 시즌 개막 후 5개월이 돼서야 이 같은 계획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첫 풀타임 선발을 뛴 고효준, 전병두가 시즌 초반 멋지게 제 임무를 소화해줬고 '10승 투수' 채병룡이 중간 불펜진으로 가는 희생을 감수한 덕분에 SK가 유지될 수 있었다.
시즌 막판에서야 계획했던 안정감을 찾고 있는 SK가 사실상 힘들어진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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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쿠라-글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