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최희섭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대화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어느 구단직원이 "네가 4번타자이니 홈런이나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 뒤에 있는(5번타자) 김상현이 타점을 쓸어담아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농담섞인 질문이었지만 요즘 잘나가는 김상현이 관심을 독차지 하자 부럽지 않느냐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자 최희섭은 정색하며 "무슨 말인가. 팀이 이기는게 최우선이다. 뒤에서 상현이가 잘하면 나도 좋고 팀도 좋은 것이다"고 답했다. 그 구단직원은 "솔직히 좀 놀랬다.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말하는 얼굴표정에서 자신보다는 팀이나 동료를 생각하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지만 지금은 우리팀에서 오래 뛴 선수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이적 성적을 내는 김상현의 활약에는 최희섭의 든든한 지원이 깔려있다. 최희섭의 성적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최희섭은 4번타자로 25홈런-78타점을 올리면서도 출루율(.415)과 득점(75점)이 팀내 1위이다. 사사구 83개는 LG 페타지니(91개)에 이어 2위이다. 고의볼넷은 13개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최희섭의 이런 성적이 있기 때문에 김상현의 방망이가 폭발이 가능했다. 거꾸로 만일 최희섭이 타점이나 홈런을 위해 타석에서 무작정 욕심을 부렸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김상현의 30홈런-109타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요즘 최희섭도 타석에서 홈런만 쫓는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정교하고 짧은 안타를 쳐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팀 승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영리한 타격을 하고 있다. 입단후 부단히 변화에 매달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최희섭의 변화와 인내, 그리고 희생은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 공포의 CK 콤비의 탄생과 함께 KIA는 12년만에 굴욕의 시간을 넘어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sunny@osen.co.kr
